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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의 코끼리를 제대로 다루는 방법
GMO와 이를 둘러싼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이은희 (하리하라SCC 대표, 과학저술가) | KBCH브리핑(2024-11) |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GMO를 비롯한 과학적 결과물의 사회적 적용에 있어 소모적 논쟁을 줄이고 효과적인 수용을 위해서 기여전문성과 연계전문성을 모두 고려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과학저술가 이은희 하라하라SSC 대표의 KBCH브리핑을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GMO 정보포털(www.biosafety.or.kr) KBCH 브리핑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29일, ‘정밀 농업을 지지하는 이들의 모임(Supporting Precision Agriculture)’는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와 UN 및 세계 정부 지도자들에게 GMO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멈출 것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발표하며 GMO의 안전성과 GMO 반대 캠페인으로 인한 생명공학적 농업의 확산 지체 상황을 알리고, 감정과 도그마에 의존한 혐오를 멈출 것을 호소한다. 무엇보다 이 서한에는 생존해 있는 노벨 과학상 분야 수상자의 2/3에 달하는 151명의 수상자가 지지서명을 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와 별개로 그린피스는 이 서한 발표 후 즉각적인 반대 서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GM작물의 시작과 GMO에 대한 상반된 시각   

유전체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유전자변형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의 등장 이후 다양한 결과물이 세상에 쏟아져 나왔다. 유전자변형생물체로 만든 당뇨병 치료제, 왜소증을 완화시키는 성장호르몬, 빈혈 치료에 쓰이는 에리스로포이에틴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과 혈액응고인자, 항체치료제와 백신 등이 개발될 때 별다른 저항감 없이 세상에 받아들여졌다. 이후 GM 작물은 GM 토마토가 최초 판매 승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콩, 옥수수, 쌀, 카놀라, 면화 등이 개발되어 재배가 시작됐다. 2023년 GMO 작물의 재배 면적은 2억 헥타르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전세계 농지 면적의 약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후 GM 작물과 GM 식품은 인류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전세계 27개국은 GM 작물의 재배를 허가하고 있으며, 추가로 44개국은 GM 식품의 수입 및 유통을 허가되면서, 현대인은 GM 식품에 충분히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GM 작물과 식품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는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의 경우, 소비자의 절반에 가까운 46.7%가 GM 식품에 부정적이며, 긍정적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11.9%에 불과했다(중립적 41.4%). 이외에도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조사 대상인 세계 20개국 중에 GM 식품에 대해 안전하다고 대답한 시민들이 불안하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을 넘어서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의 꾸준한 GM 식품 안전성 주장과 일반 시민들의 부정적 견해가 상반된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먹거리가 지니는 본질적 보수성  

GM 작물과 식품에 대한 대립이 심화되면서 2015년, 미국 워싱턴에서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해석하고,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둘러싼 과학자와 시민들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에 대한 고찰을 목적으로 대규모 워크숍이 진행됐다.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대중의 참여: 과학과 시민이 연결될 때(Public Engagement on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When Science and Citizens Connect)]라 명명된 이 워크숍에서 과학자들은 대중의 과학적 문해력의 부족과 비과학적 사고 등을 사회적 논쟁의 원인으로 보았는데, 과학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무지에 기반한 혐오 또한 과학자들이 나서서 지식을 전파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적 입장 또한 인간은 합리적인 근거와 관계없이 개인의 선호나 본능에 따른 직감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는, 일명 ‘코끼리와 기수’의 예시가 공감을 얻으며 대중의 지지는 과학적 사실 제시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두된다.


GM 작물과 GM 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태도는 생존에서부터 성장과 건강 유지, 번식과 육아에 이르는 모든 생물학적 행위와 연관된다. 현재의 먹거리는 인류의 생존 기간만큼의 시행착오와 희생을 바탕으로 완성된 것이며, 새로운 먹거리는 그 오랜 기간만큼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그 신뢰는 문화, 종교, 윤리, 사회적 가치관과 연관이 깊은데, GM 식품은 그 자체의 문제보다 이러한 신뢰와의 관계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다.

코끼리 위에 탄 기수

코끼리는 본성, 그 위에 탄 기수는 이성을 의미한다. 기수(이성)는 코끼리(본성)를 길들여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여기지만, 코끼리가 나름의 의지에 따라 진행 방향을 결정해버리면 그보다 훨씬 작은 기수가 이를 제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당황한 기수는 곧 코끼리에 대한 제어권을 고수하기 위해 애를 쓰느니, 차라리 코끼리가 나아가는 방향이 옳은 방향이라고 인정해 버리는 것이 훨씬 쉽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중의 결정과 과학 커뮤니케이션

대중들이 모두 무지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현상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냄에 있어 과학적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생각보다 매우 능숙하게 다루기도 한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집단에게 상반된 결론을 도달하게 만든 사고 과정이 그 논리적 흐름 자체는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같은 지식과 방법론을 지니고 다른 결론으로 귀결되는 사고의 흐름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는 다양하다. 문화, 종교, 윤리, 사회적 가치관이나 신념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기존 GM 작물과 GM 식품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은 기여 전문성과 연계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심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여적 전문가(과학자)들은 해당 분야의 충분한 지식 등을 확보했음에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초기 GMO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 프레임을 형성할 기회를 놓쳤고, 불통의 이미지를 키웠다. 연계적 전문가(주로 언론)들은 GMO라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GM 분야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중들의 뇌리 속 ‘코끼리’를 부추켜, GMO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건설적 논의보다는 주로 소모적 논쟁에 치중하게 만들기도 했다. 두 가지 전문성에 대한 인정과 이해, 그리고 상호 파트너십에 대한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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