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미생물 그리고 바이오"
인류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아름다운 생물을 연구합니다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박진우 과장
미생물이라는 단어는 작을 미(微)를 사용해 작은 생물을 의미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작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 작은 생물을 떠올리면 미지의 생물을 연상하곤 한다. 그러나 미생물의 가치를 알게 된다면 이 생물에 아름다운 미(美)를 떠올리게 될 거라고 말하는 이를 만났다. 미생물의 가치에 주목하며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국립식량과학원의 박진우 과장을 소개한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장으로 근무 중인 박진우입니다. 작물기초기반과는 식량 작물 병해충, 기능성 소재 개발, 유전체 연구 이 세 가지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1992년 농촌진흥청 연구직 공무원 초임 발령과 함께 식물바이러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농작물에 문제가 되는 식물성 바이러스 병을 방지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물기초기반과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생물농약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농약 지칭하면 보통 화학농약을 이야기합니다. 미생물농약은 이름 그대로, 미생물을 이용해 농업에 문제가 되는 미생물을 길항작용을 통해 잡는 농약인데, 이런 기술을 개발하거나 이와 관련해 식물의 병해충을 예찰, 진단하는 일을 합니다. 다른 파트는 기능성 소재의 개발인데, 건강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새싹보리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식량작물의 유용한 성분, 기능성 성분을 분리하고 그 특성을 검증해 건기식 소재로 만드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파트는 생명공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아실 텐데, 유전체 연구입니다. 유전자편집 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육종 소재를 개발한다거나 기능성을 증진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변형기술 이전에 미생물이 생명공학의 많은 발전을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농업에서, 또는 일반적인 측면에서 미생물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아까 화학농약에 대해 이야기했었죠. 화학농약 그리고 화학비료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환경에 부하를 많이 줍니다. 여기서 오는 문제점들을 미생물농약과 비료로 대체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서는 토양에 질소가 고정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은 질소고정균, 미생물의 역할인 것이죠. 미생물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명체입니다. 바이러스, 세균, 균류, 조류, 원생동물로 분류가 됩니다.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지구에 가장 먼저 출현해 CO2와 태양광을 이용해 산소를 만들어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고 직접 동·식물로 발전돼 현재의 지구를 만든 것도 바로 이 미생물이지요. 미생물 없이는 생태계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생물을 살펴보면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환경 변화에 적응을 잘 해요.
이러한 특성으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특화가 되어 있는데 인슐린을 화학적으로 합성한다던가, 폐기물의 환경 정화라던가, 바이오 에너지 분야에서도 미생물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음식을 풍부하게 하고, 다양한 산업공정의 촉매로도 쓰이고, 병을 치료하는 백신 등에도 활용되는 만큼 아름다운(美) 생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생물에서 식품이나 의료를 떠올리곤 합니다. 농업에 미생물이 활용된 계기나 대표적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미생물이 농작물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는 병입니다. 추정이지만, 미생물은 전세계에 알려진 미생물이 5% 정도 밖에 안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 미생물은 알 수가 없고, 또 대다수는 인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 다수의 나머지는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 병원 미생물 또는 유용 미생물인 셈이죠. 사람이 미생물로 인해 병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식물도 병에 걸리며 전염이 되기도 합니다. 병에 걸린 식물은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식물체 일부에 변화가 일어나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워져 생산물 수확도 감소합니다. 1845년 아일랜드에 감자 역병이 발생해 대기근이 일어난 것처럼, 커피 플랜트 재배로 유행했던 영국의 커피 문화가 커피 녹병으로 인해 차 문화로 바뀌게된 것처럼 미생물이 농업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인 스토리들이 많습니다. 미생물농약, 미생물비료는 이러한 측면에서 연구의 시발점이 된 셈이죠. 또한 지구상에 분포 중인 식물의 10~20%는 병에 걸려 그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주요 작물도 여기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90년대 FAO에 의하면 감자 21.8%, 과수류 12.6%, 채소류 10.1%, 곡류도 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국제 교역 증가를 통해 사람의 왕래는 물론, 외래병해충의 유입도 가속화되면서 2000년대 이후로는 국내에 병 18종, 해충 14종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생물 활용한 농업의 장,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땅은 좁고 인구는 많아 토지, 농지를 집약적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이럴 경우 연작장애라는 것이 생기는데, 쉽게 말해 땅의 영양분이 고갈되는 것이죠. 그럼 이걸 해소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당장의 농사는 해결이 되지만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척박해진 땅에 질소 고정균이 자리를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질소는 식물체가 자라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연작장애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화학비료와 미생물비료, 이 차이에서 문제가 생겨납니다. 우리가 양약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한약은 그렇지 않죠. 화학비료는 방제가가 높습니다. 농업의 문제 해결 능력은 빠르지만 다음을 기약하지 못해요. 미생물비료는 방제가가 화학비료만큼 높지는 않지만 환경에 부하를 주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농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미생물 비료의 단점은 또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요. 화학비료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미생물비료는 배양 공간과 배양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보관도 쉽지 않기 때문에 대량생산이라는 점에서는 화학비료와 비교해 한계점이 있습니다. 농업 외에 미생물을 활용하는 다른 분야에서도 이러한 딜레마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생물 연구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농사를 지을 때 플라스틱이 굉장히 많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런데 이 플라스틱이 분해가 잘 안됩니다. 이러한 플라스틱 그리고 잔류 농약 등을 분해하는 미생물 연구를 착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한 미생물 선발이나 개발은 가능하지만 현작에서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시스템에 접목하고 산업화시키는 부분들이 필요한데 현실적인 한계를 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제 여기에서 부딪히는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합성생물학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는 것은 자연환경에서의 변수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통제할 수 없는 조건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실험실에서라면 한 쪽에는 병원균을, 다른 쪽에는 생물기량미생물을 집어 넣어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것들이 실제 환경, 식물에 사용되었을 때는 또 다른 환경적 요인들이 작용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예측 불가한 부분을 줄여나가는 것 또한 저희의 업무입니다.
미생물자원 네트워크 구축(자료제공: 농업미생물은행(KACC)
현재 우리나라의 미생물 연구는 어느 정도 수준이며 향후에는 어떤 노력들이 더 필요할까요?
지난 2016년 국내 농업 미생물 시장은 약 3조 4천억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미생물농약 139억, 미생물비료 297억, 가축용 생균제 1,000억, 발효식품이 3.3조로, 상당한 금액이지만 동기간 농축산식품 미생물 세계시장 규모는 약 75조로 추정됩니다. 시장 규모에 비해 신종 미생물 발견은 물론 시설, 인적 인프라 등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저장 기술은 미생물 중앙은행 운영을 통해 세계 다른 국가들과도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원화를 이룩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미생물연구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꾸준히 미생물을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과정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활용도 또한 재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미생물 수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렇게 모은 미생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해봐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융복합형 R&D를 고려한 연구를 통해 미생물 산업의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생물은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산학협력과 기술 개발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도 필요하겠네요. 산업재산권 확보 연구, 가령 수소 생산 미생물 같은 경우에는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죠. 아, 기술 개발만큼 관련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여기저기 산업 촉진법은 많지만 미생물산업 관련법이 없습니다. 3조 4천억의 시장 규모를 지닌 분야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이 없는 상태입니다. 언젠가 이러한 법을 쭉 검토해 본 적이 있는데, 예를 들어 미생물농약은 농약관리법에 조금, 미생물사료는 사료관리법에 조금, 이런 식으로 모든 법들이 찢어져서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미생물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적 기반이 약한 상황인 만큼 이러한 보완이 필요하겠지요.
미생물분야에서 생명공학과 관련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의료나 농업에서 상당한 성장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농업에서 식물체가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한다면 생산량이나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죠. 이미 의료 쪽에서는 많은 연구가 시작된 것으로 압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늦지 않도록 연구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미생물과 관련해 이런 연구와 투자를 통해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현재 식량과학원의 미생물 관련 연구가 큰 규모는 아닙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미생물연구가 더욱 도입돼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식량작물 같은 경우에는 이제 병해충이 발생하게 되면 채소와 같은 다른 작물과 비교해 대면적에서 휩쓸릴 수가 있습니다. 분명 광범위 방제는 헬기로 농약을 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지만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도록 넓은 면적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연구도 함께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생물연구자로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통 미생물이라고 하면 두려움을 갖기 마련입니다. 어린이들도 박테리아, 세균맨 하면 무섭고 싫어하는 기색이 강하죠. 국민 여러분 모두가 그러한 두려움을 벗어났으면 합니다. 미생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얼마든지 풍족해질 수 있습니다. 미생물은 큰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한 번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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