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년, AI가 가져올 극노화 특이점
무병장수는 AI로 달성된다
박종화 (UNIST 생명공학과교수)
존재혁명의 도래: 생명체의 자기설계 시대
필자는 2042년, 인류가 생명 진화의 궁극적 특이점인 생명 특이점(Biological Singularity)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누구나 노화를 급격히 늦추거나, 멈출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그 결과 한국인의 수명은 평균 100세를 넘어설 것이며, 100세의 나이에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젊은이 못지않은 생산성을 유지하며 일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는 생명체가 자신의 분자생물학적 구조와 노화, 질병을 완전히 제어하고, 나아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자기설계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존재혁명’이라는 용어로밖에는 표현이 안되는 거대한 전환점이자 혁명의 시대이다. 이러한 생명공학적 특이점은 지금까지의 특이점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은 노화를 단순히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어, 제거하고 역전 시키는 ‘극노화(Hyperlongevity)’로 구체화된다. 이제 그 목표는 이론을 넘어,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기술의 융합으로 현실화 가능한 미래로 다가오고 있다.
극노화의 기반기술: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극노화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의 두 축은 바로 게놈(유전체) 기반 생명공학과 인공지능(AI)이다. 생명공학은 유전자 조절, 유전자편집, 세포 재프로그래밍, 후성유전적 제어 등을 가능하게 하며, AI는 방대한 생명과학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여 이 과정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최적화한다. 이러한 기술의 융합은 인간을 단순한 진화의 산물이 아닌, 정보처리가 가능한 우주의 모든 생명체를 정보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객체, ‘존체(Biological Information Object)’로 전환시키는 열쇠가 된다. 달리 말하면, AI를 통해 생명과 정보가 매우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연결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에 비견할 수 있다.
40억 년 기술 진보의 맥락 속에서 바라본 극노화
38억 년 전 지구상에 세포로 된 세균이 처음 등장했다. 약 24억 년 전에는 남세균(Cyanobacteria)이 대량의 산소를 생성하면서 지구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고, 21억 년 전에는 다세포 생물로의 혁신적인 진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인간과 인공지능의 융합은 이와 맞먹는 또 하나의 생명사적 전환점이다. 이제 인간은 수동적 진화의 결과물이 아닌, 자기진화를 능동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극노화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마존, 구글, 오픈AI 등이 선두주자이며, 앞으로 수많은 대기업들이 바이오, 특히 극노화 산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자동차, 드론, 로봇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자체의 혁신 기술, 인간의 건강과 행복을 향상시키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인간 자체의 혁신이야말로 최고의 상품이자 궁극적인 산업의 중심이다.
극노화 분야 최신 글로벌 연구 사례
아마존의 알토스 랩(Altos Labs)
알토스 랩은 야마나카인자(Yamanaka factors)를 활용한 부분 리프로그래밍 기술로 생쥐의 평균 수명을 25% 연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신체 외(ex vivo) 재생 기술을 통해 이식용 신장 조직을 더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데도 성공했다. 현재 이들은 30억 달러의 자금을 바탕으로 전신 회춘 전략을 고도화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오픈AI의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
오픈AI의 샘 알트만이 투자한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 리프로그래밍과 AI를 결합해 건강수명을 10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GPT-4b Micro를 활용해 리프로그래밍 단백질을 설계 중이며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신약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구글의 칼리코(Calico)
칼리코는 구글이 설립한 생명과학 기업으로, 다양한 생물 모델과 오믹스(Omics) 데이터를 활용하여 노화의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있다. 또 AI 기반 분석 시스템과 자동화된 실험 인프라를 통해 노화와 관련된 질병의 예방 및 치료 전략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야마나카인자(OSK) 유전자 실험의 함의
2023년,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와 카이스트의 양재현 교수는 Oct4, Sox2, Klf4 유전자를 생쥐에 발현시켜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줄기세포 기술, 유전체학, 후성유전체학, 그리고 AI 분석이 융합되었을 때 극노화 기술이 이론이 아닌 현실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AI의 역할: 노화의 계산과 예측
노화는 수많은 생물학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힌 상호작용의 결과다. AI는 이러한 복잡계를 분석해 핵심 조절 인자를 식별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화 조절 전략을 설계한다.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는 AI가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생물학 연구에 AI가 실제로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극노화의 사회적 전환 필요와 국가 극노화센터 설립필요
극노화 기술은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 전반의 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동반한다. 평균 수명 150세, 200세의 시대는 교육, 노동, 복지, 윤리 전반의 재설계를 요구하며, 기술의 접근성과 활용 수준에 따라 기술 격차가 곧 수명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슈이다.
대한민국은 ICT 기술력과 의료 인프라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녔다. 국가 주도로 ‘극노화센터’를 설립해 AI 기반 생명, 과학 기술을 집약적으로 발전시킬 국가적 거점이 필요하다. 이 센터는 ▲AI 기반 생체물질 예측 ▲전임상 실험 플랫폼 구축 ▲데이터 기반 맞춤형 노화 대응 전략 ▲산업화 연계 및 글로벌 협력 등의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극노화센터는 연구 기관을 넘어, 미래 생명기술의 테스트 베드이자 수명 연장 기술의 실질적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수명 100세 시대를 대비한 정책, 교육, 의료, 노동 제도 설계의 중추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첨단 바이오 연구와 산업도, 인공지능 기반의 노화정복 기술을 중심축으로 재편하고 초고속 산업화로 연결해야 할 시점이다.
결론: 생명공학 기반 새로운 인류 문명의 탄생
AI와 생명공학의 융합은 인류를 유전자, 세포, 정신을 포함한 자기설계가 가능한 존재로 진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생명정보문명(Bio-Information Civilization)’의 개막을 예고한다. 이 존재혁명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닌, 궁극적으로 인간존재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과학로 125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TEL 042-879-8318 | FAX 042-879-8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