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대가속 시대
유전자가위기술의 이해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
5월 9일, 미국발 외신이 전하는 ‘FDA Opens Door to Gene-edited Meat With CRISPR Pig Approval’ 제목의 기사를 접하면서 “미국 농업 모니터링 - 미국 식약청(FDA) 유전자조작 돼지 승인”이란 제목으로 SNS를 통해 해당 소식을 올린 바 있다. 이에 글을 본 한 분이 “유전자조작이 아닙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잘라낸 것이죠. 많은 돼지가 질병에 신음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이미 널리 보급되어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고자 “GMO, LMO, GEO 그리고 현재 유럽에서 현재 추진 중인 NGT1, NGT2 등으로 구분한 관련 규제 동향을 짧게 언급하면서, GEO에 대한 계속적인 문제제기 ‘off-target effects’, ‘off-target mutations’에도 계속 주의가 필요하며, 이에 GEO와 GMO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 아닌가”로 토론을 유도한 바 있다. 그렇지만 “검증된 것이니 음모론 사절합니다”의 답과 함께 더 이상의 토론은 이어지지 못했다.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에서 보듯이 오늘날 GEO는 인류 과학기술의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오늘 그 기술 활용의 여러 단면은 단순 기술적 성과와 그 응용 및 활용은 엄연한 구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 GEO는 의학적 분야를 배경으로 한 것인 바, 난치병 보유자 등 질병이나 생명 연장에 절실한 분들에게 매우 희망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적극적인 지지와 발전을 독려해야 할 터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필요를 구하지 않으면서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판단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연구 특성 상 비밀 유지 경향에도 벼, 밀, 옥수수 등 유수의 관련 연구에서 ‘off-target effects’를 보고 있다는 점은 이에 대한 상당한 경계가 필요함을 말한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이 기술의 활용이 전 지구적 범위로 확산되었을 때 어떤 예기치 못할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마땅한 우려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GEO는 외래 유전자를 넣지 않아 GMO와 다르다’는 주장이 기술적 정의의 차이일 뿐, 실제 소비자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음을 말한다. GEO 역시 GMO처럼, 전 지구적 식품 체계와 생물다양성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인 바, 그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함을 말한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 그리고 만인의 공유자산 자연을 대상으로 한 GEO 확산이 계속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이해를 넘어서 해당 기술을 선점· 독점한 자본의 이해가 작용하고 있음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세계 곡물 질서를 떠받치고 있는 대규모 농·축산 시스템 속에서 GEO는 단순한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특허권 독점과 이를 통한 상품시장 지배 전략이 결합된 구조적 이슈로 바라봐야 한다.
<출처> https://climate.nasa.gov/vital-signs/carbon-dioxide/?intent=121
생산성 증대를 통해 인류 미래 먹을거리 보장을 위한다지만, 이미 우리는 넘쳐나는 식량을 확보하고 있다.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카리브해 연안 다수 국가가 식량 부족에 허덕이지만, GEO 개발에 앞장서는 나라에서는 정작 인간보다 가축 곡물 소비가 더 큰 비중을 이루고 있으며, 자동차 연료로의 활용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는 지금의 세계 식량문제가 양이 아니라 분배와 관리의 문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억 명이 굶주리는 현실이 GEO를 활용한 획기적 생산성 증대 ‘종자’나 ‘유전자원’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기후 위기 시대가 과연 농· 축산업에서 GEO, 그 도입 움직임에 보다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다음 그래프는 오늘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일컫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가 산업혁명이후 오늘까지 어떤 속도로 증가했는지 잘 보여준다. 기후 위기의 출발점을 산업혁명 이전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본격적인 상승은 산업혁명이 본격 가속을 시작한 1911년(제2차 산업혁명 시기) 그리고 IMF· IBRD 발족 후 대가속을 시작한 1950년대 이후에 더욱 급격히 증가했음을 잘 보여준다.
<출처> https://awellfedworld.org/issues/hunger/feed-vs-food/
그리고 IPCC 등 국제 기구는 오늘 6차 대멸종으로 불리는 호모 사피엔스, 인류 종말의 경고가 바로 이 같은 온실가스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지금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전제로 아직은 6차 대멸종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행하라는 주문이다.
자본의 이해를 배경으로 한 GEO는 공장식 축산과 대규모 농업을 통한 생산성 확대와 상품화에 기반한 기존 식량 시스템, 그리고 세계 농·축산 무역 질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기후 위기 대응 전략과는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행여 GEO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육종 등에 활용될 여지는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이 방식은 중기적 과제로의 접근이며, 이에 ‘지금 당장’이라는 긴급성을 요하는 기후 위기 대처와 맞지 않다. 온실감축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GEO 개발보다 친환경농업 기반 지역 순환농업이 오히려 더 잘 어올리는 답일 터이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완전 채식 기반 식단으로 전환시 농업용 토지를 최대 76.77%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은 주목할 만하며, 이는 GEO보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더 부합하는 대안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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