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학생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탐방기
지난 7월 15일, 두 명의 대학생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이하 KBCH)와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충남대학교 식물자원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전지혜 씨와 충북대학교 원예학과에 재학 중인 강민채 씨는 연구와 취업 등 다양한 미래 진로를 모색하던 중 책과 강의로만 접하던 식물과 생명공학 기술이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어떻게 다뤄지고,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직접 확인하고자 KBCH의 바이오 CLAS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평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식물 개량과 식물세포주 배양 기술에 관심을 둔 전지혜 씨와 강민채 씨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이효준 박사가 견학에 함께 했다. 세 사람은 작물생명공학실험실에서 식물배양실, 식물조직배양실, 조직배양용 클린벤치 등을 둘러본 뒤, 멘토링을 통해 연구, 직업 등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화 내용은 실제 인터뷰 진행 후 편집자의 각색을 거쳤다.
강민채 고등학생 때 식물세포 관련 책을 읽다가 식물 세포주 정제에 대해, 관련 기준 적용이 어렵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2016년에 출판된 책이었는데, 그 사이 발전된 부분이 있을까요?
이효준 식물 세포주는 식물 세포를 활용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박테리아나 동물 세포도 많이 사용되지만, 식물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이 성분은 식물 세포주로만 생산이 가능해요. 인삼처럼 식물 고유의 물질이 대표적이죠. 박테리아나 동물 세포는 단백질 정제 과정에서 불순물이 남을 수 있고, 특히 동물 세포는 병원체 전염 가능성도 없진 않아요. 반면 식물은 인간과 전혀 다른 생명체라 그런 위험이 적고, 우리가 식용으로도 쓰는 만큼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식물 세포 기반 생산 기술은 최근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아직은 관련 기준이 완전히 마련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큰 분야입니다. 식물 세포 기반 생산 기술은 이제 막 상용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단계인 만큼, 아직까지는 식물 세포주를 이용한 단백질 생산에 대한 인증 기준이나 규정이 완전히 마련된 상태는 아닌 것 같아요.
전지혜 CRISPR를 활용한 유전자편집 작물에 대해 기존의 GMO와 달리 유럽에서도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요?
이효준 우리나라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어요. 예를 들어 GMO가 실제 상용화까지 1~10의 안전성평가를 해야 한다면, GEO는 1~5까지만 하자는 식으로 완화 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지만 실제 법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습니다. GMO와 GEO는 이런 식으로 다르다, 이런 이해가 있다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법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지금 조금씩은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지혜 CRISPR가 초기에는 오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테스트를 거치면서 조정이 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된 건가요?
이효준 오류 확률이 낮은 기술이긴 합니다. 하지만 의료 쪽으로 적용한다면 매우 중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세포 하나가 오류가 있는 상태에서 만약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그리고 그 오류 세포가 만일 암 세포로 바뀌면 이건 정말 큰일이지요. 그런데 식물은 조금 경우가 달라요. 예를 들어 10개의 유전자편집 식물을 만들었을 때, 2개의 식물에서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한다면 폐기하면 됩니다. 오류가 없는 것만 선별해 증식시키면 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식물 분야는 의료 쪽보다는 오류와 관련해서는 덜 민감하죠.
강민채 홈페이지에 오믹스라는 표현이 있어 찾아 봤는데, 통합적으로 연구한다는 의미로 다가오는데 정확히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효준 오믹스가, 말로 하면 되게 그럴듯한 말 같지만 다 본다는 의미에요. 예를 들어, 유전자를 본다고 하면 유전자가 많잖아요? 기존에는 일부분만 봤어요. 일부분만 연구를 했지만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서 우리 몸 또는 식물이 지닌 DNA를 1부터 끝까지 다 확인한다, 이것이 오믹스의 개념이거든요. DNA, RNA, 단백질 다 확인할 수 있죠. 그래서 해당 물질 분야의 전문가가 모두 필요합니다. 그렇게 물질 분야의 전문가는 이를 주로 분석 하고,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식물체를 연구하면서 분석과 연구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지혜 인간 또는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지도가 완성됐다는 기사를 많이 보곤 하는데 식물의 유전자지도는 얼마나 해독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해독을 진행한 식물은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효준 저는 유전체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식물 연구를 하다 보면 유전체 정보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살펴본 바로는, 현재 굉장히 많은 식물의 유전체가 해독돼 있어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요 작물이나 원예작물, 화훼 작물 대부분은 유전체 정보가 공개돼 있다고 보시면 돼요. 우리나라에서도 몇 가지 중요한 작물의 유전체를 직접 해독한 사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고추입니다. 고추는 세계적으로도 많이 생산되는 작물인데, 우리나라가 최초로 유전체 해독을 했어요. 아마 우리나라가 고추에 진심인 나라라 그런 것 같아요. 워낙 매운 걸 좋아하다 보니, 연구도 먼저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고추 관련 논문이 나오면, 대개 우리나라가 해독한 유전체 데이터를 참고하고 있어요. 또 최근에는 서울대에서 소나무 유전체를 해독했는데, 소나무는 유전체 크기가 정말 커서 인간보다도 몇 배나 돼요. 그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이지만 우리나라가 그걸 해낸 거죠. 유전체 ‘해독 완료’는 사실 초안 수준인 경우가 많아요. 약 80~90%만 해석된 상태로, 해독되지 않은 구간은 ‘N’으로 표기되죠. 이후 이 초안을 바탕으로 버전 2, 3처럼 계속 보완해가며 정밀도를 높여갑니다. 토마토 유전체도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도 업데이트 중이에요.
학생들은 식물과 생명공학에 대한 전공 관련 궁금증 외에도 향후 진로, 산학연 선택에 대한 조언, 생명공학연구원에서의 연구 생활 등 대학생이라며 누구나 갖고 있을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여러 질문을 성심성의껏 답변한 이효준 선임 연구원은 멘토링 후 “과학분야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려는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기관에서 연구하고 있는 최신 정보들도 공유할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뿌듯합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과학기술과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진로를 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바이오 CLASS 멘토링 소감을 전했다.
실험실이 정말 좋았어요. 처음 보는 전문적인 기구들이 많아서 신기했고, 언젠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수업 시간에 이론으로만 배우던 기구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까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고, 더 흥미로웠어요. 무엇보다도 현직에서 일하고 계신 박사님과 직접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교에서는 듣기 힘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정출연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든 뒤 그것이 실생활에서 쓰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막연히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기업에서 연구하는 것과 연구원에서 연구하는 것, 또 학교에서 연구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저한테 어떤 길이 더 맞을지 진로 탐색이 어려웠는데 이번 멘토링을 통해 산학연 각각의 특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제 진로가 훨씬 명확해졌어요. 이효준 연구원님께서 설명해 주신 여러 연구 형태를 고민해 보았는데, 가능한 오래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구기관의 연구원이나 학교의 교수를 목표로 진로를 잡기로 했습니다. 이번 멘토링은 저에게 연구의 현실을 더 가깝게 보여준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식물 재분화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종 장벽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식물은 식용으로 다양한 종이 재배되기 때문에 각각의 종에 대한 개별 연구가 중요하고, 종별로 기술 적용 가능성이 달라서 현재 어려움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별로 기술을 적용했을 때 모델 식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생육 경로상에서 해당 종에서만 문제가 되는 단계를 찾아서 해결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모델 식물 연구는 모든 식물 연구의 기본 바탕이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식물 분야는 정말 연구해야 하는 주제가 무궁무진하겠다고 느꼈습니다. 이외에도 식물세포주, 크리스퍼 등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분야에 대해 검색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최신 정보나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설명해주셔서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또한, 오믹스 등 전공 시간에 배웠으나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도 쉽게 설명해 주셔서 전공 이해도가 향상되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식물 관련 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식물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식물을 활용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공부에서 더 나아가 탐구해야 하는 연구 분야가 적성에 맞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구원님께서 연구는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중요하고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며 기존 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법 등에서 더 중요하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내가 좋아하는 식물 분야를 계속 공부하면서 배운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은 행정직을 포함해 어떤 것들이 더 있는지 알아보고 그쪽으로 진로를 잡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KBCH는 GMO와 바이오안전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초, 중, 고, 대학생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GMO와 생명공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바이오세이프티>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과학로 125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TEL 042-879-8318 | FAX 042-879-8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