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표수재(예송미디어)
인터뷰. 손수인(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안전성과 농업연구사)
기후 위기는 바나나의 멸종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바나나 멸종설은 몇 해 전부터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는 이슈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이미 이전 세대의 바나나 ‘그로미셜’ 종은 파나마병으로 인해 거의 멸종되었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캐번디시 종 바나나는 사람들의 수많은 노력과 연구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다. 즉 앞으로의 세상에 또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우리 인류는 이에 대해 도전하고 연구를 통해 극복해나갈 것이라는 희망의 아이콘이 바나나인 셈이다. 인류는 앞으로도 인간이 초래한 문제들을 스스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손수인 농업연구사에게 들었다.
손수인 농업연구사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안전성과 근무
.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업무 담당
. 주요 연구: 유전자변형생물체 환경위해성 평가, 유전자변형생물체 모니터링을 위한 판별기술 개발
. 연구 성과: 머신러닝 기반 분광법 활용 유전자변형생물체 판별기술
. 저작권등록: GM 작물 판별을 위한 머신러닝 기반 소프트웨어. 2022
유전자변형생물체의 뜻
“유전자변형생물체법”에서 정의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는 현대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새롭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생물체로서 유전물질을 전달 또는 복제할 수 있는 살아있는 생물학적 존재라고 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자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비의도적이라도 자연계에 노출되지 않도록 국가수준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손수인 농업연구사는 “수입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운송과정 중에 비의도적으로 환경에 방출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실제 캐나다, 미국, 일본뿐 아니라 유럽 국가에서도 비의도적으로 방출되는 사례가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보고되고 있고, 이를 국가에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유전자변형생물체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며, 세계수준의 안전관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자변형생물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작물은 2019년 현재 29개국, 1억 9,040만 헥타르에서 재배되었고, 그 재배면적은 유전자변형작물 상업화가 시작된 1996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항구를 통해 하역되고, 다시 식품·사료의 원료로서 공장으로 이동되는 과정 중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운송차량에서 소량씩 낙곡되어 인접한 토지로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비의도적으로 환경에 방출된 유전자변형생물체들은 야생 동종과 근연종과 교배가 일어나 제초제 저항성을 발현시킬 수도 있다고 많은 NGO단체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손수인 농업연구사는 “실제로 환경에 방출된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잡초화되거나 유전자 이동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킨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과학적으로 위해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채의 경우 이종 간 교배율이 높고 우리나라에 근연종도 많아 확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유채를 재배용으로 수입하지 못한다.
“배추, 갓, 야생무 등을 포함한 많은 십자화과 종이 유채(B. napus)와 교잡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유전자변형유채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실제로 2017년 미승인 유전자변형유채가 비의도적으로 환경방출 되어 우리나라 98개소에서 이를 제거하고 사후관리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었고, 지금도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갖추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환경방출에 대비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신속하게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졌습니다.”
손수인 농업연구사는 또한 “유전자변형작물 수입과 국내 농업이 공존하기 위해서, 또 유기농업을 영위하는 소농들이 재배하는 농작물을 유전자변형생물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안전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를 지원하는 기술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그들이 먹는 음식의 원재료의 안전성에 대해 알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민관합동조사 등의 협력도 필요불가결한 만큼 앞으로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국가적 안전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식물체에 빛을 조사하는 모습
유전자변형생물체를 관리하자면
유전자변형생물체 관리의 핵심은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인지 아닌지 우선 판별해야 이후 관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모든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정보는 국가적으로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판별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현장에서 직접 식물체를 채취한 다음, 복잡한 화학적 전처리를 하고 냉장한 상태로 실험실로 가져와 분석하는 등 시간과 비용,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며 각 과정마다 전문성도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손수인 연구사는 이를 대체할 유전자변형생물체와 동종, 근연종에 대한 근적외광 측정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유전자변형유채 판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인공지능 활용 유전자변형유채 판별 소프트웨어는 가시근적외광 영역의 분광분석법을 활용한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식물체에 빛을 조사하여 특정 유기분자를 이루는 결합을 인식했을 때 확인되는 농도를 스펙트럼 데이터로 보여준다. 식물체마다 고유의 값이 있기 때문에 다른 형질이 섞여 있으면 농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그 변화를 분석하여 유전자변형개체와 일반 개체를 판별하는 원리이다.
식물체 고유의 분광데이터 확보 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 판별 소프트웨어 개발
손수인 농업연구사는 “수입농산물 운송단계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비의도적으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신속하게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이들의 제거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시간과 인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하여 효율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존의 습식 분석 판별법을 비파괴 분광법으로 대체하면 효율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파괴 분광법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손수인 농업연구사는 “기기에서 자연광 반사율을 100%로 설정하면 자연 상태에서도 즉, 현장에서도 유전자변형생물체를 판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자연광은 자연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식물체 고유의 분광데이터를 확보했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꾸준히 분석 과정을 학습시키고, 그 결과 판별확률이 95%를 넘으면 유전자변형생물체 판별은 성공적인 것으로 본다. 손수인 농업연구사는 “이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위한 데이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지난 1년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물로 ‘인공지능 활용 유전자변형유채 판별 소프트웨어’를 얻을 수 있었다.
유전자변형생물체 판별 기술의 기대효과
유전자변형농산물을 수입할 때에는 제조사가 우선 위해성심사 요청을 하고, 유전자변형생물체법에 따라 농진청이 위해성심사를 한다. 심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으면 수입승인 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만 우리나라에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들어올 수 있다. 만약 미승인 품목으로 의심되면 폐기 또는 반송되며, 국내에서 유통을 할 때에도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이력 및 표시를 추적하여 관리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현재 유채, 콩, 벼를 대상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 판별기술을 개발 중인데, 손수인 농업연구사가 유채의 최적 판별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소프트웨어로 발전시킨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활용 유전자변형유채 판별 소프트웨어’처럼 분광법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 유전자변형생물체와 일반 생물체를 판별하는 기술은 없다. 그래서 이 기술을 특허 출원하여 향후 발전될 기술의 원천기술을 선점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IF 5.923)에 관련 기술이 실리면서 기술의 우수성도 입증한 상태이다.
“2022년에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지난 몇 년간 유전자변형유채, 일반 유채, 근연종으로부터 막대한 분광 정보 DB를 구축하고, 이들 정보를 기반으로 AI를 이용한 머신러닝 방식으로 학습한 결과를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한 지난 연구성과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이를 통해 비전문가인 일반인들도 쉽게 유전자변형유채를 판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공학 연구성과를 대중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손수인 농업연구사는 현장에서 작물별로 VNIR 분광 DB 정보를 확대 구축하고, 판별기술을 고도화시켜 유전자변형생물체 검사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이러한 판별기술을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에 접목시켜 대단위 면적에서도 유전자변형작물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전 세계의 관심사인 만큼 유전자변형작물 판별에도 K-기술이 쓰일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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