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상업화 30년의
기술개발의 당위성과 글로벌 트렌드
김해영 교수 (경희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유전자변형 작물(GMO)은 전통적인 교배 육종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형질을 도입하기 위해 재조합 DNA 기술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삽입, 삭제, 변형한 작물을 의미한다. 1994년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상업화가 시작 된 이후 GMO는 옥수수, 대두, 면화, 유채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현재는 글로벌 곡물 유통 시스템과 다국적 종자기업, 그리고 가공·축산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GMO를 둘러싼 논쟁은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생태계 위협·기업 독점·윤리성 논쟁 등 부정적 우려가 첨예하게 공존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GMO 농업이 지속 확장된 배경에는, 기후변화 가속화와 인구 증가, 경작지 감소 속에서 단위면적당 생산성 향상과 농업의 리스크 관리가 필수 과제로 대두된 현실이 존재한다.
GMO 상업화 30년의 전개
1세대 GMO: 생산성 중심 형질(1994년~2000년대 초반)
1세대 GMO는 주로 농가의 생산성 및 편의성을 높이는 형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제초제 내성 대두와 Bt(Bacillus thuringiensis) 독소를 발현하는 해충 저항성 옥수수를 들 수 있다. 이들 작물은 제초·방제 비용 절감과 수확량 증대를 통해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하였고, 특히 북미나 남미 등에서 대두, 옥수수, 카놀라, 면화 재배국에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2세대 GMO: 품질·소비자 지향 형질(2000년대 중반~2010년대)
2세대 GMO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1세대 GMO와 다르게 영양성분 강화, 저장성 향상, 품질 개선 및 가공 특성 향상을 통한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GMO에 대한 인식 개선과 수용성 증대를 목표로 발전하였다. 대표적 사례는 비타민A 강화 벼(Golden Rice), 갈변방지를 억제하여 저장성과 상품성을 높인 사과와 감자, 올레산 함량을 높여 산화 안정성과 트랜스지방 함량을 낮춘 대두와 유채유 등을 들 수 있다.
3세대 GMO: 기후·환경·의약 바이오경제 연계(2010년대 이후)
3세대 GMO 및 차세대 바이오작물은 기존 GMO와 달리 생산 효율이 높고, 특정 유전자의 기능 향상, 질병 치료 성분 함유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 및 건강 기능성 작물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백신 토마토, 콜레스테롤 저하 채소, 고기능성 오일 등 질병 치료나 건강 증진 기능이 포함된 작물 개발이 수행되고 있다.
GMO 상업화 30년의 전개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안보와 GM 작물의 역할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와 도시화, 경제성장은 식량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왔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토지 이용 제약으로 경작 가능한 토지는 제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단위면적당 생산성 향상이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GM 작물은 병해충 저항성, 환경 스트레스 내성, 저장성과 유통성 향상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세계 식량 생산 기술을 획기적으로 고도화하고,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GM 기술과 국가 전략 산업의 부상
세계 종자 시장과 농자재 시장은 소수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고도로 집중화되어 왔으며, 이들 기업의 핵심 수익원 가운데 하나가 바로 GM 기술이다. GMO는 단순한 농업 기술을 넘어,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탱하는 플랫폼이자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할 핵심 기술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종자에서 시작되는 GM 기술 역량 강화는 식량안보, 산업 경쟁력, 그리고 장기적인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윤리·사회적 수용성: 기술의 한계와 책임
기술 개발의 당위성은 윤리·사회적 논의와 분리될 수 없다. GMO를 둘러싼 핵심 쟁점에는 생태계 교란 및 비표적종에 대한 영향, 유전자 이동(gene flow)에 따른 야생종·재래종에의 영향, 다국적 기업의 특허·종자 독점과 농가 종속, 소비자 알 권리와 선택권, 문화·종교적 가치 등이 있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성 평가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거버넌스가 동반될 때에만 GMO 및 후속 기술에 대한 지속가능한 사회적 수용성이 가능하다.
GMO의 글로벌 트렌드
1) 재배 면적과 주요 작물
1996년 약 170만 ha에 불과하던 상업화된 GMO 재배 면적은, 2020년대초 기준으로 약 1억 9천만 ha 내외로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재배는 특정 작물·지역에 편중되어 있으며, 세계 곡물·사료 공급망의 상당 부분이 GMO 기반이라는 점에서, non-GMO 정책을 지향하는 국가들도 현실적으로는 수입 GM 작물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2) 지역별 규제 및 정책 동향
미국과 캐나다는 과학 기반 위험평가를 중시하며, 제품 특성 중심의 규제 방식을 채택해 GMO 상업화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왔다.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도 경제적 편익을 고려해 GMO 도입에 적극적이다.
EU는 사전예방원칙에 기반해 GMO 승인 절차를 운용하고 있으며, 회원국별로 GMO 재배 허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재배 면적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사료·식품 원료로 GMO 수입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중국은 국가 전략 기술로서 바이오육종을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Bt 면화를 중심으로 GMO를 상용화해 왔다. 최근에는 옥수수·대두 등에서 GMO 및 유전자편집 작물의 상업화 승인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인도는 Bt 면화를 널리 재배하고 있으나, 식용 작물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업적 GMO 재배는 없으나, 연구는 활발하며, 표시제 및 위해성평가 제도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GMO 상업화 30년의 전개
GMO 수입 의존 구조와 안전성 논쟁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GMO 수입국으로, 2023년 기준 수입 농산물 중 GMO 비중은 대두 77.3%, 옥수수 14.3%에 이르고 있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대두 7.5%, 옥수수 9.7%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당분간 GMO 주요 수입국 지위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GM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2001년을 전후해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소비자·시민단체를 중심으로 GMO는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는 비판과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과학적 사실과는 별개로 ‘왠지 안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규제 체계의 정교화와 일관성
우리나라는 GM 식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유전자변형식품등 안전성 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정한 국제기준인 실질적 동등성 원칙에 따라 일반식품과 GM 식품이 동등한지를 검토하여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다. 심사위원회에서는 과학적인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GM 식품이 독성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지, 영양 성분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은 없는지를 철저하게 평가한다. GM 작물에 대해서는 섭취로 인한 인체 영향 뿐 아니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환경 위해성 협의·심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안전하다고 승인된 GM 식품만이 국내에 수입·유통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GMO에 대한 불신은 과거 광우병 사태, 반복적인 식품 안전 사고, 기업과 정부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 겹치면서 한층 증폭된 측면이 있다. 기술 개발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과학자, 정책 당국,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 이해관계자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난해한 전문용어가 아닌 일상 언어로 설명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GMO는 이미 우리의 식탁과 산업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안전성은 과학적 검증으로 확보되었으며, 그 과정은 국제적 기준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 논의와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투명한 소통이다. 과학의 안전성과 소비자의 신뢰가 함께할 때, 우리는 GMO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 건강한 식량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