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생물체법」과 7개 부처 협력으로 완성하는
전주기 안전관리 로드맵
송정민 선임연구원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현대 생명공학기술은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동력이다. 1990년대 중반 제초제 내성 콩과 해충 저항성 옥수수를 상업화한 이래 생명공학기술은 농업 생산성 증대를 넘어선 질적 진화를 거듭했다. 2000년대 들어 영양 성분을 개선한 황금쌀, 가뭄과 냉해를 견디는 환경적응형 작물, 고셔병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생산하는 유전자변형 당근,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바이오매스 증대 작물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를 농업, 식품, 의료, 제약, 산업, 에너지 전반으로 빠르게 넓히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유전물질을 지닌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인체 건강과 자연 생태계, 그리고 생물다양성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 역시 기술 발전과 함께 계속 제기되어 왔다. 신기술이 주는 사회·경제 혜택을 안정적으로 누리는 동시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요소를 철저히 통제하려면 과학적 근거와 엄격한 법적 절차를 바탕으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사회 요구와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 기초 연구개발 및 실험실 단계부터 국경 통관, 생산, 국내 유통, 소비, 최종 폐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 과정을 촘촘하게 관리하는 법·제도 안전망을 구축하여 운용 중이다.
국제 규범 카르타헤나의정서와 「유전자변형생물체법」 체계
한국에서 운영 중인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제도를 명확히 이해하려면 법적 근거이자 출발점인 국제 조약을 살펴봐야 한다. 1992년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채택한 생물다양성협약(CBD)은 생물다양성 보전, 구성요소 지속 가능한 이용, 그리고 유전자원 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기를 3대 목표로 설정했다. 이후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국제 사회는 생태계 파괴와 인체 위해를 방지하는 국제 규범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2000년 1월 생물다양성협약 부속 의정서로 「카르타헤나의정서(Cartagena Protocol on Biosafety)」를 채택했다.
카르타헤나의정서는 과학적 확실성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사람이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예방 조치를 취하는 사전예방원칙을 규정한다. 아울러 환경에 직접 방출할 목적을 지닌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수출입할 때 수출국이 수입국에 사전에 통보하여 동의를 얻는 사전통보합의절차를 두었고, 유입 유전자변형생물체 정보를 전 세계가 공유하는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운영을 의무화했다.
한국은 카르타헤나의정서를 국내에서 충실히 이행하고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법적으로 규제하고자 2001년 3월 「유전자변형생물체법」을 제정했고, 하위 법령 정비를 거쳐 200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이 법은 수입·생산·이용 승인, 연구시설 등록 및 허가, 위해성심사, 표시제, 취급관리 및 비상 조치 등 유전자변형생물체 관리 전반에 관한 법적 의무를 정립했다.
7개 관계 중앙행정기관 다부처 협력 체계
카르타헤나의정서 등 국제 기준은 유전자변형생물체를 크게 환경방출용, 밀폐사용용, 식품·사료·가공용(FFPs)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국제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 분야와 행정 소관을 고려하여 시험·연구용, 농림축산업용, 산업용, 보건의료용, 환경정화용, 해양수산용, 식품·의료기기용 등 7개 세부 용도로 나누어 관리한다. 이에 따라 「유전자변형생물체법」 시행령 제2조 및 LMO 통합고시에 근거하여 7개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용도별 책임 부처로 지정하고 유기적인 다부처 관리망을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 체계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위해성심사, 통관 및 국경 검사, 유통·표시 및 사후 모니터링까지 부처 간 전문성을 촘촘하게 연계하여 행정 공백을 줄인다.
생애주기 안전관리 로드맵
실제 국내 연구실에서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연구개발, 위해성심사, 국경 검사 및 통관·수송, 유통·표시 및 사후 환경 모니터링으로 이어지는 안전관리 로드맵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연구시설을 인체 및 환경 위해가능성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누어 엄격하게 관리한다. 1·2등급 시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신고해야 하고, 고위험군인 3·4등급 시설은 엄격한 기준검정을 거쳐 관계 부처(인체 위해: 보건복지부, 환경 위해: 과기정통부)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2025년 기준 국내에서는 1·2등급 연구시설 12,139건(1등급 5,746건, 2등급 6,393건)을 신고 처리하여 관리 중이며, 특수 봉쇄 조치를 요하는 3등급 연구시설 83건을 허가했다.
위해성심사에서는 유전자변형생물체를 국내로 수입하거나 생산하기 전, 해당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인체 건강(독성, 알레르기성 등)과 자연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주관 부처와 소속 전문기관은 전문가심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식품용을 제외한 모든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질병관리청과 인체 위해성에 대해 심사를 협의해야 하며, 환경방출을 하거나 우려가 있으면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와 추가로 협의한다. 2025년 한 해 동안 식품용 15건, 사료용 13건 이벤트를 승인했고, 2008년 법 시행 이후 누적 기준 식품용 220건, 사료용 204건 LMO 심사를 완료했다. 국경 검사 및 통관·수송 관리에서는 사전 승인과 사전수입동의 절차를 작동한다. 수입자는 수입 전 소관 부처 수입 승인을 취득해야 하며, 자연환경 방출 목적을 지녔다면 국가책임기관(산업통상부)을 통한 사전수입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승인 유전자변형생물체라 하더라도 국내 항만 통관 시 농림축산검역본부 및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검역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승인 서류와 일치 여부를 파악하고, 국내 유입을 금지한 미승인 유전자변형생물체 혼입을 국경 단계에서 차단한다. 뿐만 아니라 수송 과정에서도 밀폐 취급 유통 기준을 적용한다. 항만 수입 통관 후 사료 공장, 식품 가공공장, 축산농가로 이동할 때 낙곡이나 누출이 우려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운반·보관자는 취급관리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유통·표시제 및 사후 환경 모니터링은 국민 알 권리와 소비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승인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원료로 제조·가공한 식품 및 사료에 유전자변형 원료 포함 여부를 정확히 표시하도록 「식품위생법」(식약처 고시) 및 「사료관리법」(농식품부)으로 규정한다.
나아가 수송 및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낙곡 현상으로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사고를 방지하고자 기후에너지환경부(국립생태원)는 전국 단위 사후 모니터링을 지속 수행한다. 2025년 기준 전국 1,150여 개 모니터링 지점(축산농가 주변, 수송로, 항만, 가공공장 주변 등)을 조사한 결과, 유출을 확인한 유전자변형생물체 개체(카놀라, 옥수수, 면화 등)는 제거 조치하여 자연 생태계 전이 및 자생 확산을 막는다.
국내 LMO 수입 통계와 안전관리 현주소
2025년 기준 국내 유전자변형생물체 수입 승인 물량은 연간 1,089만 1천 톤에 달한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사료용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전체 수입 물량 약 84.7%(922만 9천 톤)를 차지하여 가축 사료 공급 핵심 원료로 작동한다. 식품용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약 166만 2천 톤(대두 85만 톤, 옥수수 81만 2천 톤) 규모다. 국내에 수입하는 전체 대두 및 옥수수 수입량 중 유전자변형생물체 비율은 75%를 웃돌며 한국 식량 공급망과 축산업은 LMO 수입 곡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서 주지할 사실은 국내에서 상업 목적으로 직접 재배(생산) 승인을 취득한 유전자변형생물체 작물이 현재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다만 이는 정부가 위해성심사에서 승인을 거절한 결과가 아니다. 지금까지 재배 승인 신청 자체가 잔디 1건에 그쳤고, 다른 작물은 신청 이력조차 없다. 그 결과 국내에 유통되는 식용·사료용 물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고, 국민 건강과 생태계 보호를 목표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7개 관계 부처가 각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개발부터 위해성심사, 국경 검사, 유통 관리, 사후 모니터링까지 전주기 로드맵을 분담하며, 부처 간 위해성심사 협의와 정보 공유를 통해 행정 공백을 줄여왔다. 다만 제도를 갖췄다고 해서 관리가 끝나지는 않는다. 매년 이어지는 전국 단위 모니터링에서 수송로와 축산농가 주변을 중심으로 자생 개체가 확인되는 만큼 비의도적 유출을 줄이는 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과제다. 유전자가위기술과 합성생물학처럼 기존 분류와 심사 방식이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신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어 제도 역시 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결국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는 위험이 전혀 없다는 선언이 아니라, 어떤 위해를 어떤 근거로 평가했고 남은 불확실성을 어떤 절차로 관리하는지 투명하게 설명하는 데서 쌓인다. 정부와 관계 기관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심사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 온 이유이며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