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과 철저한 검증의 균형,
책임 있는 농업생명공학의 미래를 열다
농촌진흥청 바이오푸드테크팀 조윤성 농업연구사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속 농업생명공학이 핵심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기술의 혁신만큼이나 철저한 안전성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바이오푸드테크팀은 농업생명공학 R&D 기획부터 농림축산업용 GMO 위해성심사, 사후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다. 기술 개발과 안전 확보를 하나의 목표로 바라보며, 신기술 등장에 발맞춰 합리적인 관리 기준을 만들어가는 조윤성 농업연구사를 만나 농업생명공학의 미래와 안전관리 철학을 들어보았다.
연구사님과 농촌진흥청 바이오푸드 테크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농촌진흥청 바이오푸드테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농업연구사 조윤성입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농업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보급, 농촌지도, 교육훈련 및 국제협력 등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근무하는 바이오푸드테크팀은 그린바이오·푸드테크 및 농업생명공학 분야의 연구개발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업용 GMO 위해성심사를 비롯한 GMO 관련 법정 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농업생명공학 연구개발사업의 관리·운영과 위해성심사를 비롯한 농림축산업용 GMO의 안전한 이용과 관리를 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농업생명공학 연구개발사업 기획 업무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합니다.
연구개발사업 기획은 농업 현장과 정책에서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연구 과제로 구체화하는 업무입니다. 농업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검토하여 연구 목표와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과제를 구성하여 연구자들이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업은 농촌진흥청과 대학, 외부 연구 기관의 연구자들이 과제로 수행합니다. 과제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농업 현장과 관련 산업계로 보급되어 활용되며, 연구 결과에 따라 정책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농업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유전체와 표현형 등 작물의 유전적 특성을 연구하고, 기존 육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생명공학 육종소재를 개발합니다. 이와 함께 유전자가위 등 신기술 연구와 생명공학 작물의 안전관리기술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업용 GMO 위해성심사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하거나, 중점적으로 검증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농림축산업용 GMO 위해성심사에서 농촌진흥청은 무엇보다 해당 GMO가 국내 작물재배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검토합니다. 야생 동식물과 토양미생물 등 비표적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는지, 주변 작물이나 근연종으로 유전자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지, 외부 환경에서 생존·번식하여 잡초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심사가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심사를 진행합니다. 인체위해성은 질병관리청, 자연생태계 위해성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산환경 및 해양생태계 위해성은 해양수산부가 소관 분야를 검토하며, 그 결과를 종합하여 최종 심사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GMO가 재배용으로 승인된 사례가 없습니다. 하지만 낮은 곡물 자급률로 인해 사료용과 농업가공용 곡물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량이 GMO입니다. 이들 작물은 재배용이 아닌 사료나 가공용으로 들어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환경에 방출될 가능성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심사 과정에서는 GMO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국내 환경에서 생존하거나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지, 나아가 주변 생물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업용 GMO 안전관리 프로세스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농림축산업용 GMO의 안전관리는 크게 연구개발 단계와 수입·유통·사용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연구실, 온실, 시험포장 등 연구시설이 필요한 안전관리 시설을 갖추었는지, 연구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적절히 이루어졌는지, 실험에 사용된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안전하게 보관·운반·폐기되고 있는지 등을 매년 정기적으로 점검합니다.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상용화되는 경우에는 여러 기관이 단계별로 협력하여 안전관리를 수행합니다. 우선 농촌진흥청은 위해성심사를 통해 해당 GMO가 인체와 동물, 작물재배환경과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위해성심사에서 적합하다고 판단된 품목만 수입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옥수수, 면실 등의 작물들이 국내로 수입될 때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미승인 GMO가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지 확인하며, 국내로 들어온 이후의 유통 과정과 사료로 사용되는 축산 농가 등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관리합니다. 또한 국립종자원에서는 GMO를 재배용 종자로 사용하지 않도록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도 GMO가 자연환경에 유출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환경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GMO 시험포장 안전점검, 농업용 GMO 유통경로 모니터링, 비의도적 환경방출 지역의 사후 환경영향조사 등은 관계기관과 시민단체 합동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GMO 안전관리체계는 연구개발부터 수입, 유통, 사용과 사후관리까지 여러 기관이 참여하여 단계별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신유전체기술 제품이 더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책과 안전성평가는 어떻게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전자편집을 비롯한 신유전체기술로 개발된 제품을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생명공학기술 규제에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유럽연합도 NGT 식물에 대한 별도의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등, 기존 GMO와 신유전체기술 제품을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할것인지 재검토하는 흐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제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앞으로 제도적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직 구체적인 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기존 GMO와 동일하게 관리하는 방안부터 최종 산물의 특성과 잠재적 위해성에 따라 차등 관리하는 방안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필요한 평가체계와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러한 정책 논의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신유전체기술로 개발된 작물과 관행육종 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하고, 의도하지 않은 유전적 변화나 형질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평가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발에 사용된 기술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최종 산물의 특성과 잠재적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기술 활용 가능성이 균형을 이루는 합리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논의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국가 GMO R&D 사업을 기획하실 때, ‘기술 개발의 성과’와 ‘안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기술개발의 성과와 안전성 확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한 성과라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없다면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성은 기술개발과 별도로 추가되는 조건이 아니라 연구개발 과정에서 함께 확보해야 하는 기본 요소입니다. 그렇다고 GMO 기술 자체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GMO의 안전성은 사용된 기술로 일괄 판단하는것이 아니라, 새롭게 부여된 특성과 이용 목적, 환경 노출 가능성 등을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새로운 유전자를 도입하거나 유전자 조합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의도한 형질외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도입 유전자의 위치와 안정성, 새롭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특성, 작물의 생육과 성분 변화 등을 확인합니다. 또한 실험실에서 개발된 생물체를 온실이나 격리포장에서 시험할 때에는 주변생물과 재배환경에 미칠 가능성까지 단계적으로 검토합니다.
따라서 국가 GMO R&D 사업을 기획할 때에는 유용한 기술과 소재를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 자료를 함께 축적하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술과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술개발과 안전성 확보를 병행함으로써 연구 성과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후변화, 식량안보 등의 위기 속에서 유전자변형기술이 갖는 가치와 향후 활용 방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위기 속에서 생명공학 기술은 기존 육종을 보완하고 작물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는 빠르게 진행될 뿐 아니라 그 영향도 복합적이고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고온이나 가뭄에 대비했더라도 실제 농업 현장에서는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과습, 새로운 병해충 등이 동시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스트레스에 강한 육종 소재를 신속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유전자변형기술은 제초제 내성이나 해충 저항성 등을 통해 생산 안정성을 높이고 재배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상용화된 제품은 일부 작물과 형질에 집중되어 있었고, 여러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복합적인 환경스트레스 저항성을 개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유전자가위기술 등 신유전체기술은 작물이 본래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정밀하게 조절하거나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편집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통해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높이고, 병해충 저항성이나 수량·품질과 관련된 형질을 개선하는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생명공학기술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개발된 형질이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발현되려면 관행육종을 통한 유전적 안정화와 디지털 육종, 재배 기술이 함께 활용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사용된 기술에 따라 작물을 구별하기보다는, 최종 산물이 가진 특성과 안전성을 중심으로 활용되리라 생각됩니다.
농촌진흥청은 GMO의 과학적 안전성과 국민의 체감 안심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과학적 평가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이 곧바로 안심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GMO에 대한 인식에는 과학적 정보뿐 아니라, 그 기술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는지, 안전관리는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궁금한 점을 묻고 안전관리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학생들이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어렵고 낯선 기술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이 안전관리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의견을 주실 수 있도록 GMO 격리포장과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조사 등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할 때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의 장점만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듣고, 안전관리 과정 전반, 우리가 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과 불확실한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정보 제공과 참여 기회를 통해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이 과학적 안전성과 국민이 체감하는 안심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세이프티>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GMO는 이미 사료와 식품 원료 등을 통해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생산과 교역 구조에서 그 이용을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동시에 농업생명공학기술은 기후변화, 식량안보와 같은 미래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성이나 반대가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충분히 검토되었는지, 그리고 과학적으로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사용하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도 연구개발부터 위해성심사, 사후 안전관리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농업 관계자분들께서도 GMO와 생명공학기술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 기술의 가능성과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함께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한 관심과 참여가 새로운 기술을 더욱 안전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