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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을 위협하는 식량 위기
해결책, 유전자가위기술 


글. 표수재(예송미디어)
인터뷰. 김재연(경상국립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 



지구온난화는 비단 이상기후만 불러온 게 아니다. 이상기후는 결국 작물에도 영향을 끼쳐 우리의 먹거리가 위협받게 된 것. 그런데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게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누군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식량 위기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식물학자이면서 작물 전문 유전자교정기술 스타트업 ‘주식회사 눌라바이오’를 운영하고 있는 경상국립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김재연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HB4 밀은 아르헨티나의 바이오세레스(Bioceres Crop Solutions)社에서 10여년 전부터 개발한 유전자변형밀로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이른바 가뭄 내성을 주요 특징으로 갖춘 밀이다. 또한, HB4 밀은 글루포시네이트 성분 제초제에 대한 내성과 염분에도 강한 형질을 갖고 있다.(그림1)1) 


김재연 교수 


· 경상국립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
· ㈜눌라바이오 설립자이자 대표
· 신육종혁신기술연구회 초대회장


주요 연구활동

유전자 교정 도구 개발
유전자 교정 도구를 활용한 실제 작물의 유전자 교정

 

지금은 정말 식량 위기인가


가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로 전해진 유명한 글귀이다. 실제는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의 식량 위기도 그렇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 중 얼마나 많은 국민이 식량 위기에 공감할까. 하지만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자급률이 낮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식량 위기라는 게 김재연 교수의 의견이다.


“영토가 넓었던 광개토대왕 이래 대한민국이 현재처럼 부강한 나라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20%에 불과합니다. 이 말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5명 중 4명은 식량문제를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곡물은 특히 사람이 섭취하는 것 외에도 가축을 기르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삶이 풍요로워질수록 고기를 더 찾게 되고, 고기를 얻기 위해선 더 많은 곡물이 필요해집니다. 따라서 인구가 늘어날수록 곡물 수확량도 함께 증가해야 하는 셈이죠.”

하지만 경작면적은 한정되어 있고 농업인구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요즘, 지금보다 생산량을 더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같은 면적에서 노동력을 줄이면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소비량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곡물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경작면적을 넓히지 않고 산림훼손을 덜 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전통육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량 위기,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


지구촌 인구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더 심해질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김재연 교수는 농업의 혁신이 필요하고 다양한 대처 방안 중 한 가지로 유전자가위기술의 가능성을 꼽았다. 유전자가위기술은 품종을 개량할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 중 하나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지금의 유전자가위기술은 3세대 기술로, 자연에 있는 걸 발견한 것입니다. 즉 이미 미생물이 진화를 통해 자신들의 면역 시스템에 사용하려고 만들어놓은 것을 우리가 발견하고 이를 응용한 것이죠. 유전자가위 도구는 단백질과 작은 RNA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RNA에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넣어주면 정확하게 표적 유전자의 DNA를 탐색하여 자르게 됩니다. DNA 손상은 세포가 가지고 있는 DNA 수선기능을 통해 치유되면서 DNA 변이가 유도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기존의 단백질공학적인 기술이 필요한 1, 2세대 유전자가위에 비해 3세대 유전자가위기술은 아주 간단한 분자 생물학 실험을 할 수 있는 연구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 방법입니다.”


김재연 교수는 어려운 게 혁신이 아니라 쉽게 해주는 게 혁신이라면서 유전자가위기술이 혁신기술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그리고 바로 이 기술을 이용하면 농작물의 품질 개량이 쉬워진다는 것.


“우리가 먹는 토마토는 사실 진짜 토마토가 아닙니다. 시장에서 파는 토마토는 3천 개 이상의 유전자가 다른 야생의 여러 친척 종과 교배하여 만들어진 토마토입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종과 교배시켜 얻어내는 것이 전통육종 방식입니다. 하지만 토마토를 먹으면서 그 어느 누구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원론적으로 유전자교정작물은 전통육종이나 GMO처럼 외부 유전자의 도입 없이도 작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잠재력을 정밀하게 조절하여 만들어지므로 외부 유전자가 위험한 것이라면 사실은 전통육종 및 GMO 작물보다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하면 토마토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병충해에 취약한 유전자를 강화시켜주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교정해줄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즉 기존의 토마토보다 품질이 좋고 건강에도 좋은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다.


품질 개량을 통해 병저항성이 높은 작물, 생산량이 많은 작물, 한 해 동안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면, 동일한 면적에서의 생산량을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식량 위기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좌. 김재연 교수가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자교정에 성공한 작물을 선별하는 과정
우. 유전자교정에 성공한 작물만 선별하여 별도로 육성 


유전자가위기술, 과연 안전한가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완벽한 기술은 없다. 다만 기존보다 더 정밀하고 효율적인 기술이 나올 뿐이다. 여기에는 유전자가위기술도 해당된다. 김재연 교수는 지금의 유전자가위기술에 대해 “최소한의 변화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술”이라며 “변화가 생기면 당연히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이런 위험은 전통육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우리가 지금 안전하게 먹고 있는 많은 전통육종 작물들 역시 이종 간 교배를 통해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유전자의 결합이 얼마나 정교하게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인데, 전통육종은 엄마, 아빠가 물려준 수만 개의 유전자들이 어떤 비율로 어떻게 조합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간도 오래 걸리고, 실패 확률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죠. 이와 반대로 유전자가위기술은 오랜 연구를 통해 알려진 특정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저해하거나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가위로 육종된 작물이 문제가 발생한다면 시장에 나오지도 못하고 육종선별과정에서 도태되겠지만 나온다고 해도 문제점을 바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인 위해 관리면에서도 우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유전자 변형이라고 하면 뭔가를 인위적으로 바꾸어서 자연스럽지 않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전통육종 산물을 포함하여 모든 육종은 외부 유전자가 도입되거나 유전자 DNA 변형이 일어나야 작물 형질이 좋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통육종 산물은 얼마나 많은 새로운 유전자가 도입되었는지, DNA의 변이들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디서 일어나는지 모르고 먹는 것이라 안전하다는 착시현상에 빠진 것 뿐”이라며, “모든 육종은 작물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특히 GMO 작물을 포함한 유전자교정 작물은 새 형질을 주는 정확한 표적유전자를 알고 있고, 앞의 관점에서의 선별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하게 관리된다”고 일축했다. 즉 사람 입장에서 안 좋은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더 좋은 형질을 나타내도록 유전자의 잠재력을 높인 결과가 ‘유전자가위기술로 만든 유전자 교정 작물’이라는 것. 게다가 유전자가위기술은 작물에 외래유전자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유전자변형기술과는 다르고, 동일한 잠재적 위험을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전자가위기술로 만든 유전자 교정 작물의 미래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매우 좋지 않다. 이로 인해 초래된 높은 규제 장벽과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 때문에 우리는 우리 손으로 단 하나의 GMO 작물도 시장에 내보내지 못했고, 판매를 위해서 단 하나의 GMO 작물도 우리 땅에서 재배할 수 없다. 슬픈 현실은 수입되는 1,114.5만 톤(2021년 기준)의 GMO 곡물(식용/사료용)로 추정해 볼 때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230kg의 GMO를 직간접적으로 먹으며, 직접 먹는 것도 약 40kg 이상이라는 것이다. 반면 김재연 교수에 따르면 우리의 식물생명공학기술은 전 세계 10위권 안에 들 뿐만 아니라 유전자가위기술은 3~4등, 기술개발도 7~10등 사이를 오갈 정도로 기술력은 우수하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대형사업단으로 신육종 연구를 한 지 3년이 돼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과물이 제대로 반영된다면 우리의 기술이 3년 이내에 5위권은 들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우리가 실제 상업용 유전자변형작물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더라도 유전자교정작물 만큼은 이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김 교수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국민의 정서는 물론 비용과 시간까지 아직 허락된 게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종자 자원 부족뿐만 아니라 정부의 규제에도 막혀 있어 연구개발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과거에는 과학과 산업이 발전하면 제도가 뒤따라갔지만, 지금은 제도가 앞서서 뒷받침이 되어줘야 과학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혁신기술입니다. 혁신기술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 발전하기란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포지티브 규제정책을 쓰는 나라에서는 혁신기술이 설 입지가 매우 좁습니다.”


김 교수는 유전자가위기술은 노벨상을 받은 혁신적인 기술이기에 다른 선진국에서도 기존의 유전자변형작물 규제와 그 결을 달리 한다고 덧붙이며,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와 함께 이웃나라인 일본의 유전자가위기술 작물 정책과 제도개선을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함께 주요 5대 GMO 수입국이고 엄격한 GMO 규제를 하고 있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지만 유전자교정기술에는 매우 개방적이고 선도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세계 최초의 토마토 및 어류의 승인과 사업화를 가능하게 하여 유전자교정산업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였습니다. 국제적 표준이나 트렌드 등 모든 면에서 일본과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기에 유전자교정작물 분야의 기울어진 규제의 운동장은 최대한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도가 뒷받침되더라도 아무 작물이나 유전자가위기술을 적용할 수도 없다. 우선 유전체 지도가 잘 알려져 있어야 하고, 각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야 유전자가위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그 과정 중 필요한 것으로 형질전환 및 식물재분화는 넘어야 할 또 다른 관문이다. 이런 점에서 유전자가위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식물생명과학자가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재 유전체 지도는 많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기능 연구는 아직 부족한 단계입니다. 또한 지도도 있고 기능을 안다고 하더라도 시장성이 없는 작물이면 작물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현재 알려진 작물은 3,000여 종이 있지만 생명공학기술이 적용되는 건 그 1%인 30여 종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현대 식물생명공학기술은 이런 자원을 확대해나감으로써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그린러시(Green Rush) 기술이고 그 핵심기술이 작물유전자교정기술입니다.”


김재연 교수는 유전자교정을 통해 작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그린러시(Green Rush)의 도전적인 여정을 시작하였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하여 식물연구자들이 실험할 수 있는 모델작물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식물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


“생물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DNA(유전자)에서 변이가 필요합니다. 한 세대가 자녀에게 변이를 물려주면서 진화했던 과정을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변이는 생물을 생물답게 해주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입니다. 만약 변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생물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존재했다 하더라도 이미 멸종했을 것입니다. 유전자가위기술 역시 자연스러운 변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유도하는 것일 뿐 없었던 무언가를 확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동물과 사람이 섭취한 유전자변형작물의 부작용이 나온 사례가 없다. 게다가 유전자가위기술은 기존의 방식보다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어쩌면 과학이 아니라 역사가 유전자변형작물의 안전성을 검증해준 것은 아닐까. 앞으로 유전자가위기술로 육성될 식량 자원이 세계의 식량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의 식량 안보를 지켜줄 소중한 무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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