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GMO |
농업과 인류 그리고 
생명공학기술


(주)제농에스앤티 생명공학연구소 

김윤성 소장



농업은 인류가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으로, 인류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지금도 농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대한민국의 식량 생산성과 경제성 향상을 위해 산업 분야의 최전선에서 많은 이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 시각에도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형 식량기업의 공세 속  에서도 국내에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는 종자 회사가 있다. 이번호에서는 제농에스앤티 생명공학연구소 김윤성 소장에게 바이오기술과 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았다.



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농업의 변화   

아직도 농업이라 하면 재래식 농업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현대의 농업은 오랜 경험에, 학습과 자본이라는 ‘미래성장산업화’의 과정을 거쳐 시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농업. 식량 안보, 인류에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종자산업은 반도체에 비견될 정도로 첨단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 시장의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대형 식량기업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관련이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종자산업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제농은 1968년 창업 이후 고품질, 내병계 채소 종자 개발을 목표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이어온 기업으로, 산하 기관인 제농에스앤티는 그 핵심인 종자를 연구하는 생명공학연구소이다. 김윤성 소장은 농협 종묘를 시작으로 종자업계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생명공학기술이 농업분야에 활용되는 예는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실제 육종입니다. 관행육종에서는 원하는 형질을 도입하려고 하면 반드시 서로 교배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형질을 가지고 있더라도 교배가 되지 않으면 도입할 수 없지요. 이러한 한계를 한 번에 극복한 것이 생명공학기술입니다. 어떤 생물에 있던, 원하는 형질을 보이는 유전자를 찾기만 하면 원하는 작물에 그 형질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육종은 교배를 통한 관행육종을 떠올리기 쉽다. 관행육종의 명맥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으나, 현재는 생명공학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육안으로 종자를 선별했던 과거에 비해 현대에는 DNA 서열로 특정 형질을 확인 할 수 있다. 병저항성 마커가 있을 경우, 실제 병리검정을 하지 않고 마커 검정만을 통해 어떤 개체가 병에 강한지도 알 수 있다. 병리검정, 조직배양 등을 통해 과거의 육종보다 빠른 육종이 가능하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나 이미지 처리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생명공학, 농업과 함께 걷다  


품종 개발에 있어 고려 대상은 생산자와 소비자이다. 재배 편의성을 높이거나, 소비자가 선호하는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병저항성이나 생산성의 경우 소비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이지만 생산자를 위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며, 맛이나 색깔은 소비자의 선호를 방향으로 개발한다. 밸런스를 맞춰가며 최적의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 현재의 농작물은 맛과 색상이 거의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종자의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농가에서는 아직 그 차이가 크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생산자를 고려한 개발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의 육종이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이 됐다면, 현대의 육종은 데이터 기반의 육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육종 자원에 대한 형질, 유전체 데이터 등 소위 빅데이터 기반의 육종 시대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현대 육종에서 가장 기본이 되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저는 육종소재의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육종소재라고 함은 우리가 원하는 형질을 가지고 있는 식물을 말합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품종에 들어갈 형질을 가진 육종소재가 있어야 하지요. 특히, 시장을 리딩하고자 할 경우 육종소재의 확보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표가 될 겁니다. 일단 육종소재가 확보되면 그 다음은 확립된 과정에 따라 품종이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다양한 생명공학은 마커, 조직배양을 통해 육종의 과정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과거 생물자원의 육종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교배를 통해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생물자원의 생애주기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종자는 그 사이클이 짧지만, 평생을 진행해도 몇 사이클을 돌리기 어려운 대형 수목과 같은 종자의 경우도 존재했다. 생명공학은 이러한 시간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을 타개했다. 


김윤성 소장은 육종뿐만 아니라 유전자가위기술을 활용한 문제 해결 사례도 경험했다. “농가에서 호박 품종이 이상하다고 민원 넣은 적이 있었습니다. 분자마커로 분석해 보니 제가 속한 회사의 품종이 아니었어요. 조사 결과 육모장에서 다른 회사의 품종을 우리 회사 품종과 섞어서 공급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마커정보가 문제해결에 도움을 준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생명공학기술이 농작물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기존 육종소재의 한계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각 작물별로 여전히 존재한다. 많 

은 학자와 연구자들이 유전자가위기술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유전자교정기술은 업계의 더 큰 화두가 되었고, 실제로 GMO와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인식의 문제를 무시하기 쉽지 않습니다. GMO는 국내에서 터부시 되는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거의 독극물보다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라 종자회사에서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유전자교정기술을 non-GMO 기술로 판정하는 국가도 늘어나는 현실인데, 이에 맞춰 국내에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농업과 인류를 위한 바른 길


생명공학이 발전하기 이전부터, 농업을 위한 육종은 존재해 왔다. ‘친환경’이라 생각하기 쉬운 전통육종에 사용되는 유전자원들도 기대와는 달리 지니고 있는 유전자의 수나 종류가 동일하지 않다. 같은 종이라 해도, 의외로 많은 수의 유전자가 아예 없거나 염색체상에서 전혀 다른 위치에 있기도 하다. 자연계 그 자체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유전자변이와 그 결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변형”이라는 용어에 큰 거부감을 갖고 있다. 


“GMO,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미디어를 통해 너무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GMO의 반대가 친환경이라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문제는 GMO에 대한 인식이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어 제농애스앤티를 비롯한 생명공학 연구 기업의 경우, 국내에서 기술에 대한 홍보가 어려운 편이다. 마침 해외 국가들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유전자가위기술 유래 식물을 non-GMO 분류로 하면서 연구, 개발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노력을 통해 현재 개정안 논의의 과정에 서  있다.


그러나 김윤성 소장은 그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생명공학기술의 전문가로서 국민들의 인식과 연구에 대한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정확한 정보와 의견을 전달하는데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는 학자인 동시에 기업 연구소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기업의 향후 사업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정확한 이야기를 소개할 수는 없지만 제농에스앤티는 수출용 품목의 육종도 고려 중이다. 


“요즘은 어떤 기술이든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생명공학기술도 그렇습니다. 빠른 변화에 필요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농업과 관련된 의견을 전달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종자사업을 담당하던 부서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대학 연구실을 중심으로 농업 관련 기획,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지원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죠. 이러한 간극들이 좁혀질 때, 더 나은 농업과 생명공학의 미래를 만나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윤성 소장에게 기업의 연구원으로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학자로서 바이오기술과 농업에 대해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생명공학기술을 육종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필요로 하는 종자, 농민이 필요하거나 소비자가 선호하는 종자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크게 보자면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 식량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명공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바탕의 이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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