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원의 디지털서열정보,
DSI 바로알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
이선 박사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발전으로 생명공학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실물 유전자원을 넘어 유전자원의 디지털서열정보(Digital Sequence Information, DSI)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수행이 가능해지면서 학계는 물론, 기업과 국가의 관심이 이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DSI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DSI는 무엇이며 DSI가 왜 중요한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 이선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BS 연구지원센터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실험과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들이 연상되지만 의외로 생명공학과 관련된 타 분야의 전문가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ABS연구지원센터이다. ABS연구지원센터는 장영효 센터장을 중심으로, 생명공학분야를 포함, ABS 관련 주요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는 국내 대표적 ABS 전문 기관이다.
법학박사로 국제법을 전공한 이선 박사는 석사학위 과정부터 생물다양성협약과 다른 국제조약들 간의 관계를 연구수행해 왔고, 박사학위 또한 '나고야의정서상 유전자원의 이용 관련 공정하고 형평한 이익배분에 관한 연구'로 취득하며 자연스럽게 ABS에 관한 지식과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이후 현실적인 측면의 ABS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이선 연구원은 유전자원과 생명공학기술 등의 과학적 지식을 익히기 쉽고 과학에 기반한 정책수립이 용이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ABS 연구지원센터에 부임, 학술연구 목적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생물 취득과 결과물 분배, 나고야의정서 관련 법제 및 절차 등의 업무를 상담,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선 박사에게 DSI가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ABS의 의미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ABS는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타국의 생물, 유전자원을 취득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연구를 통한 결과물과 이익을 생물 제공자(제공국)과 공정하게 분배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한 체제를 말합니다. ABS는 Access(취득) Benefit-Sharing(결과물 분배)를 의미하죠. 생물다양성협약(CBD)의 부속의정서인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된 이후, 14년 발효되었고 동 의정서의 당사국인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국내법을 마련, 시행하고 있습니다."
ABS는 유전자원의 취득과 이용, 발생 이익의 분배를 위한 체제 구축에 힘써 왔다. 생물다양성협약(CBD)는 유전자원이란 실질적 또는 잠재적 가치를 지닌 유전물질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유전물질에 대해선 식물, 동물, 미생물 또는 유전의 기능적 단위를 포함한 그 밖의 기원이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유전의 기능적 단위는 일반적으로 유전자(genes)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나고야의정서에서도 이와 관련해 유전자원의 이용을 유전자원의 유전 및 생화학적 구성요소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의 수행으로 명시하고 있다.
DSI에 대한 논의 그 배경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합성생물학의 발전으로 DSI가 연구개발의 핵심 소재로 부상했다. '물리적' 유전자원 없이 데이터화 된 유전자의 염기서열만으로 연구, 개발이 가능해졌고 실물유전자원을 활용한 연구 개발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감축할 수 있었다. DSI의 가치는 상승하면서 이와 관련해 DSI에 대한 접근과 취득, 이용과 공유에 대해 유전자원에 적용되는 ABS 관련 법적 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시작 됐다.
"DNA 시퀀싱(Sequencing) 자료를 비롯한 논문까지 학자들이 업로드한 자료는 별도의 액세스 없이 오픈 된 형태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이용됐습니다. 학자뿐 아니라, 상업적인 이용도 있었죠. 대표적인 사례가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입니다. 실제 환자의 샘플과 함께 유전염기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개발된 백신은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냈지만 정작 데이터를 제공한 기니 정부에 돌아간 이익은 없었습니다. 자국 환자들의 백신도 별도로 구매를 해야 했어요. 이런 사례를 통해 유전자원을 제공해 온 개도국들은 합성생물학의 출현으로 ‘신(新)생물해적 행위’라는 표현을 빌어 DSI의 이익 공유 필요성을 제기했고 2016년 CBD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매 10년 주기로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을 세운다. 2011-2020년 간의 전략이었던 아이치타겟(Aichi Target)이 성과없이 종료되고,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2030년까지의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 당사국회의가 지연되면서, 후속 보전전략의 채택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2022년 12월에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이러한 부담을 안고 열리게 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유전자원 제공국들은 DSI 이익분배를 핵심 카드로 협상을 시도했고, 이익분배 건의는 가결된다.
DSI의 정의와 논의 쟁점
그렇다면 DSI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일까? 이선 박사는 우선 정의에 대한 논의를 들었다.
"DSI가 무엇으로 정의되는지에 따라 이익분배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ABS의 적용범위로서의 유전자원이 무엇인인지는 명확합니다. 바로 유전적 기능이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하면 됩니다. DSI는 유전자원일까요? 개도국은 맞다고 합니다. 유전자원의 정의는 유전 물질을 지니고 있느냐로 판단하는데, 이 물질(Material)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협정문을 처음 쓸 때 정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Material'이 아닌, 'Matter'라는 표현을 써서 실재하는 것을 의미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선진국의 입장은 다릅니다. DSI는 무형의 정보이고, 정보 그 자체는 유전적 기능이 없다는 것이죠."
2008년 제7차 ABS 임시작업반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자원의 이용의 예로 유전자 및 유전체의 염기서열화가 포함되어 있다. 2020년 14차 당사국총회에서 이용 목적의 유전자원 접근시 해당 유전자원에 대한 DSI의 이용은 MAT에 따라 이익분배 대상 가능하다고 결정문이 쓰였지만, 여전히 쟁점은 남아있다. DSI 제공 식별, 이용 양태, 추적 시스템 수립, 실질적 사용 형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상당하다.
이익분배 방안 또한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관한 이용국과 제공국의 대립도 여전하다. 목적 달성 효과(이익분배의 실질적 가능성과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기여), 이행에 있어 효율성 및 가능성(기술/법적 실현가능성, 법적 안전성, 행정절차 간소성), 운영체계의 적절성(이해 및 집행 용이성, IPLC와의 이익분배 촉진 가능성), 일관성 및 융통성(DSI 관련 타 포럼 논의와의 일관성, 과학기술 발전에 적용 가능 여부) 등이 기준으로 떠올랐지만 합의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DSI, 현재 상황은?
현재 DSI의 이익분배는 이뤄지지 않고, 분배체제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24년 10월에 열릴 16차 당사국총회 때 DSI 관련 체제가 출범을 해야 하기 때문에, 1차 DSI 작업반 회의 이후 2차 작업반 회의가 열리기까지 매달 비공식자문그룹(IAG)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DSI 이익분배에 대한 국내의 의견은 어떨까? 전반적으로는 이익분배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학계에서는 과학적인 영역에 대한 연구는 경제적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DSI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개도국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해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의 경우도 실물 유전자원의 이익분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DSI의 이익분배가 원활히 이뤄지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선 박사에게 DSI 이익분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DSI를 바라보는 시각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실물 유전자원을 실제로 취득하고 이를 시퀀싱함으로써 생산된 DSI라면, 현재의 양자적 이익분배체제가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된 DSI 자체에 대한 취득 및 이용은 다자적 분배체제를 통해서만 다루어져야, 과학계의 혁신이나 기업의 활동이 보호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DSI에 대한 이익분배체제가 수립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연구와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현재 개도국들은 DSI 관련 이익분배가 다자적 방식뿐 아니라 양자적 방식을 통해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DSI 이용국의 입장인 우리나라로서는 최대한 절차적, 행정적 및 비용적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미 업로드 된 DSI에 대해서는 다자체제로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가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같은 의견을 가진 국가들과 협상을 끌고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ABS 연구지원센터 담당자로서
<바이오세이프티>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DSI 관련 논의는 이익분배를 위한 정책수립 논의이지만, 그 바탕은 바로 과학입니다. 따라서 연구 및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DSI 관련 이익분배체제가 수립되기 위해서는 학계 및 기업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연구자 및 관련 업계 종사자분들께서도 이러한 논의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활발히 개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더불어, 이미 NCBI를 비롯한 주요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시퀀싱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 하실때에는 출처를 명확히 표기하시는 것이 바람직 할 것입니다. 또한, 국내 데이터뱅크에도 보다 활발히 자료를 업로드 하셔서, 추후 DSI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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