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기술적용 생물체의 GMO 규제에 대한 의견(1)
규제 정책은 과학적 사실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글 | 정영희 (전남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단장)
세계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여 2050년에는
100억 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상 이변, 기후 변화로 비롯된 돌발 병해충 출현 등에 의한 농업 생산성 감소 및 경작면적의 감소를 감안한다면 다가올 식량 위기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농업 분야 전반에 걸쳐 많은 대안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중 첫 번째가 관개설비 확충, 비료 및 농약 투입 등을 활용한 재배 방법의 개선, 두 번째는 교배 육종, 돌연변이 육종, 세포 융합 등의 방법을 이용한 신품종 개발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달성 가능한 증산의 한계가 예상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외부 유용 유전자를 식물에 도입하여 새로운 형질을 장착한 Genetically Modified(GM) 작물이다. 유전자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 토양에 존재하며 식물에 자신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능력을 갖춘 아그로박테리아(이 세균은 가지고 있는 일부 유전자들을 식물에 삽입시켜 식물에 캘러스를 만드는데, 이는 자연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의 식물과의 반응 기작 규명, 하나의 식물 체세포가 분화하여 완전한 식물체로 만들어지는 재분화 조직배양 기술 등이 총망라되어 GM 작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GM 작물개발은 유전자 기능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목적하는 형질을 가지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활용성이 매우 큰 기술로,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형질을 가지는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었다. GM 작물의 소비가 증가하고 재배 면적도 늘어나면서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GMO)에 대한 환경 및 인체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관련 법이 제정되었다. GM 작물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환경 유해성 평가, 인체 유해성 평가, 기존 품종과의 동등성, 재배 특성 등 여러 가지 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하나의 GM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작물육종 파이프라인이 잘 갖추어진 국제적 기업에서도 평균 4천만 달러의 비용 및 8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안전성 평가에 소요되는 비용 및 개발 기간은 중소 종자 기업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여, 현재 GM 종자 시장은 자금력을 갖춘 국제적 기업들만이 진입 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새로운 품종의 개발이 단순한 증산뿐만 아니라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농업 또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GM 작물개발 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 특히 유전자삽입에 따른 안전성 논란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외부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고 관행 육종 결과물과 동등한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정확하고 신속한 신육종방법(New Breeding Technique)이 제시되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기술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교정(Gene Editing)이다.
유전자교정 기술은 유전체의 특정 부위를 대상으로 돌연변이를 유도하여 형질을 개량하는 기술이다. 유전체의 표적부위 DNA가 유전자가위에 의해 절단되면 생명체에 내재된 DNA 수선 기작이 발동하여 이를 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표적 유전자의 서열변화가 유도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일뿐만 아니라,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에서도 활용되는 원리이다. 하지만 두 기술은 돌연변이 유도 원리 및 결과에서 차이를 가진다. 돌연변이 육종은 유전체 전반을 대상으로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유도하여 육종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군을 확보하는 기술이라면, 유전자교정은 특정 형질을 유도할 수 있는 표적 유전자에 특이적인 돌연변이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전자교정 기술이 소개된 이후 많은 나라와 기업들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종결과물에 삽입유전자가 존재하지 않아, GM 작물과 달리 안성 평가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어, 소자본으로도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외국의 경우 관련 스타트업 회사가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제품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재배되고 제품으로 시장에 나온 유전자교정 작물은 9종이며(표1), 이와 함께 2~3년 내로 상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자교정 작물에 대한 국가별 현황은 다음과 같다(표2). 국가별 상업화 예정인 유전자교정 작물들은 이미 해당국의 승인을 받았거나 미국과 같이 별도의 승인 절차가 없는 경우 상업화를 위한 성능검사를 위해 대규모 포장시험을 실시한 경우를 정리하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항은 GMO는 제초제나 해충 저항성처럼 input-oriented traits 중심으로 개발되었고 상용화된 것에 반해, 생산량 증대나 병 저항성, 환경 스트레스 저항성 등은 상용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자교정으로는 input-oriented traits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형질의 작물을 육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하나 GMO는 대두, 옥수수 등 곡물에 치중되어 개발되었는데, 그에 반해 유전자교정은 다양한 작물에서 개발되고 있다. 특히 채소 작물과 화훼류도 약 37% 정도 차지하고 있다 (그림 1).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종자 시장은 유전자교정 작물이 주류를 이루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작물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에 상응하는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 호주, 남미의 여러 국가, 필리핀 등은 유전자가위를 적용한 유전자교정 작물은 관행육종으로 개발한 육종 산물과 같다고 판단하고 GMO로 분류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GMO 관련 규제도 제외하거나 면제하고 있다.
각국의 유전자교정 관련 법(안) 혹은 규정을 정리한 내용이다.
미국의 경우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카르타헤나의정서 가입국이 아니며 독자적인 규제법안을 가지고 있다. ‘Genetic Engineer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개발 산물의 특성에 기반하여 규제 여부를 판단한다. 최종산물에 삽입유전자가 잔존하여 GMO에 해당하면 규제하고 그 외는 면제하고 있으며, 면제 시 GMO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면제에 관한 법은 농무부(USDA)가 SECURE rule을 개정하여 2020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규제면제에 해당하는 유전자교정 작물의 경우 신고 의무는 없으며, 다만 개발자가 동식물검역소(APHIS, Animal and Plant Health Inspection Service)에 규제면제 확인을 요구하면 USDA에서 확인서를 발급해 주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유전자교정체에 대한 상기 규정 및 규제면제 법은 식물에만 적용되고 동물 및 미생물 관련 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USDA SECURE rule에 따른 면제 절차
다음 세 가지 범주 중 하나에 해당하는 변형 식물의 경우 규제가 면제
1. 외부에서 제공한 repair template 없이, 절단된 표적 DNA가 세포의 복구기작에 의해 복구되면서 일어나는 변화; 또는
2. 표적서열에 대한 단일 염기쌍 치환; 또는
3. 해당 식물의 유전자 풀에서 발생이 알려진 유전자 도입, 또는 그러한 유전자의 알려진 대립 유전자에 해당하거나 유전자 풀에서 존재하는 알려진 구조적 변형에 해당하는 표적 서열의 변화.
(※ 2023년 말, 미국 농무부는 규제 면제 범위 확대를 예고했음)
유전자교정기술을 이용한 작물육종의 장점은 교정의 결과는 남아 있지만, 그 과정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다음 세대에서 유전자교정에 사용된 도구(유전자가위)를 유전적으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전자변형(GM) 기술이 이식한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하더라도 남아서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것과 달리, 유전자교정을 통해 개발된 작물은 유전자교정이 이뤄진 후에는 더 이상 외래유전자는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교정 기술을 활용하면 정밀하게 원하는 유전자만을 쉽고 빠르게 교정하거나 같은 종의 유전자를 도입시킬 수 있다. 유전자교정 기술을 정밀육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전자교정 기술로 만든 변이체는 자연계에서 관찰되는 돌연변이와 구별하기 여의치 않고 자연 유전자 풀 혹은 관행육종에 의해 구축하고 있는 유전자 풀 (breeder’s pool)과의 구별도 쉽지 않다.
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작물의 규제를 결정하는 법안의 판단 논리는 각국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결과물이 관행육종 산물과 다르지 않으면 관행육종 산물과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각과 GM작물 개발에 사용한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GM작물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견해의 차이는 각국의 법안에 잘 드러나 있다. 일본, 미국과 캐나다, 호주, 필리핀, 우루과이를 포함한 남미 여러 국가, 영국, 유럽연합(EU)은 전자에 해당하고 뉴질랜드는 후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생물체법(LMO법)을 일부 개정해 유전자교정생물체에 대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주된 내용은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을 포함한 모든 ‘신규유전자변형생물체’ 중 외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면 몇 가지 규제를 면제한다는 것으로, 사전검토를 통해 이를 판단하겠다는 내용이다. 관련 부처가 의견을 모아 법안을 제출한 것은 고무할 만한 일이나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특히 현대생명공학기술을 통해 개발된 동물, 식물, 미생물은 외래유전자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유전자변형생물체’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유전자교정 작물을 개발하는 연구자와 기업은 GMO로 규정 지은 후 몇 가지 심사면제를 하더라도 GMO로 분리될 경우 개발 산물의 활용이 크게 제한됨을 우려하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는 GMO로 구분되는 산물의 심사 면제가 부적절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법안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각국의 유전자교정작물 규제안을 다시 한번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교정작물에 대해 규제 제외를 선언한 미국은 유전자교정작물을 GMO에서 제외했고 따로 정하는 용어가 없으며, 일본은 GMO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게놈편집체라는 용어를 사용, 유럽은 NGT, 영국은 정밀육종체라는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는 공통적으로 유전자교정작물의 특성(최종산물에 삽입유전자가 존재하지 않음)을 반영하여, 기존의 GMO와 유전자교정작물을 구분하였고, 필요에 따라 새로운 범주를 설정하여 유전자교정작물을 별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고자 하였다. 물론 유전자교정작물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최종산물의 교정범위 및 형질에 따라, 면제 가능한 대상을 자연 돌연변이 수준의 변이, 자연에서도 발견되는 변이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동물 및 미생물을 제외한 식물에 한해서만 선제적으로 규제 제외 혹은 면제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점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
제7조의3(신규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위해성심사 등의 면제)
1. 개발과정에서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아니하고 유전자변형생 물체를 만든 경우
2. 개발과정에서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였으나 최종 산물인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체에 외래 유전자가 남아있지 아니한 경우
* 2022년 국회에 제출된 바이오신기술 관련 법안
대전광역시 유성구 과학로 125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TEL 042-879-8318 | FAX 042-879-8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