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평가센터 김창기 센터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는 생명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조직과 연구부서가 존재한다. 그중 바이오평가센터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로부터 국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다 안전한 생명공학기술과 산업의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는 바이오평가센터의 김창기 센터장을 만나 바이오평가센터의 역할과 그들의 노력을 들어보았다.
Q.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9년부터 바이오평가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창기입니다. 유전자변형생물체(GMO)의 환경위해성평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바이오평가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와 자랑도 부탁드립니다.
바이오평가센터는 GMO가 인체 건강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하고, 개발자가 위해성심사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과학적인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하는 역할도 일부 맡고 있습니다. 바이오평가센터는 충북 청주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창분원에 위치해 있습니다. 연구동과 함께 GMO 격리온실 6개 동과 격리포장(면적: 17,370m2)을 갖추고 있고 2008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림축산업용 GMO 위해성평가기관으로 지정받았습니다. 2020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산업용 GMO 위해성평가기관으로도 지정받았습니다. 산업용 GMO 위해성평가기관은 저희 센터가 유일합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하고 위해성심사 승인을 받은 GMO 이벤트의 85% 가량이 저희 센터의 평가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식품용, 산업용, 보건의료용 GMO에 대해 가장 많은 이용승인 지원을 자랑하고 있고, 센터 내 3개의 우수연구 팀(유전분석팀, 인체위해성평가팀, 환경위해성평가팀)은 어떤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의뢰에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Q. 위해성평가는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위해성평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GMO에 도입된 유전자 특성을 분석하는 유전분석과 GMO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인체위해성평가, 그리고 GMO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환경위해성 평가가 있습니다. 생명공학이 지금은 많은 연구를 통해 그 안전성이 확보되었지만, 모든 기술 분야의 첫걸음이 그렇듯 초기에는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희망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체에는 문제가 없을까’, ‘환경에 노출될 때는 어떨까’, ‘국가 간의 이동에도 이상은 없을까’, 하는 것들이죠. 이러한 걱정에서 시작된 점검과 위해성 평가는 이제 국제적인 규제를 바탕으로 진행이 되고 있고, 바이오평가센터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위해성평가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평가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GMO가 갖고 있는 특성이 인체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실험을 통해 수집하는 일입니다. 위해성평가와 관련없는 부분까지 들여다보아야 한다면 개발자는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시장 제품 출시도 늦어지게 되므로 사업에 과도한 부담을 받게 됩니다. 반면 위해성평가를 위해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하나라도 빠지게 된다면 생명공학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고, 정부 규제를 통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에, 과학적이면서도 합리적인 평가가 필요한 것이죠.
Q. 센터장님께서는 생명공학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안전성 평가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생명공학 전공자가 아닌 생태학 전공자입니다. 입사 전에는 산불피해 생태계 연구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2005년 바이오평가센터에서 GMO 환경위해성평가 연구자를 모집해 입사하게 됐습니다. 당시 바이오평가센터장님께서는 생태학 전공자가 업무에 적임자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GMO가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야니까요. 그 후로 지금까지 GMO 환경위해성평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외래생물 위해성평가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초기의 위해성 평가와 지금의 위해성 평가를 비교한다면 달라진 점은 무언인가요?
초기에는 이러한 규제나 법에 대해 연구자들이 잘 몰랐습니다. 이러한 제도의 존재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규제와 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정부 자체에서도 연구자나 연구실에 대한 관리, 감독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구단계부터 사업화단계까지 모두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연구실과 기업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Q. 유전자변형생물체라는 것은 결국 새로운 생물체라는 의미일 텐데 그렇다면 새로운 평가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해야 하는 것인가요?
다양한 생물체(식물, 동물, 미생물)에 다양한 유전자를 도입한 새로운 생물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위해성평가 기술의 원리, 골격은 달라지지 않지만 생물체와 유전자의 특성, GMO 제작 기술에 따라 새로운 평가 기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생명공학연구 발전에 맞춰 평가 기술도 함께 발전하게 됩니다.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GMO가 그대로 시장에 나가 제품으로 팔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GMO를 산업화하려면, 위해성평가를 통해 인체 건강과 환경에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GMO 개발자는 이러한 입증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정부에서는 위해성심사를 하게 됩니다. 심사를 통해 위해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정부가 승인을 해 줍니다.
Q. 평가업무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기존에 평가해 본 경험이 없는 새로운 종이 등장했을 때 이를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전에 미세조류에 대한 평가가 필요했는데, 본 센터에서는 처음 다뤄보는 생물이었습니다.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부터 고민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처럼 새로운 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벼, 콩,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 연구를 많이 진행했는데, 최근에는 미세조류처럼 저희가 접해 보지 않았던 생물에 대한 평가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변형이 적용되는 생물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로 볼 수 있겠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위해성, 안전성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또 바이오평가센터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중국 등에서는 이미 유전자변형식물을 농경지에서 재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재배 승인을 받은 유전자변형식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유전자변형미생물의 위해성심사 승인 건수 역시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우리나라 GMO 규제가 상당히 까다로운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바이오산업의 규모가 작은 것이 더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산업은 꾸준히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되새길 때, 바이오평가센터의 역할은 더 단순해지지만 무거운 책임을 갖습니다. 유전자변형생물체를 개발한 연구자나 기업이 평가를 의뢰했을 때 위해성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고, 그들이 그 자료를 바탕으로 결과를 만들어내 승인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나 연구자에게 전가될 부담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또 반대로 편의성을 봐주기에는 충분한 근거자료가 생성되지 않을 수 있기에 그 중도를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바이오평가센터는 평가 기술 개발과 평가 외에 유전자변형식물의 환경방출실험을 지원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환경방출실험 지원은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어떤 절차와 형식을 갖나요?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유전자변형식물의 환경방출실험은 포장시험이라고도 하는데,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첫째는 실제 자연환경에서 유전자변형식물이 나타내는 형질을 조사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로 대학이나 국립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하며, 조사 자료를 논문으로 발표합니다. 둘째는 유전자변형식물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고자 하는 경우 환경방출실험 결과가 필요해서입니다. 기업을 포함한 산학연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하며, 실험 결과를 위해성심사 자료로 만들어 정부 부처에 제출합니다. 이러한 환경방출실험은 농촌진흥청이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한 격리포장에서만 실험을 할 수 있고, 매 실험마다 정부로부터 실험 승인을 받아야만 합니다. 격리포장 시설을 갖추고, 외부 연구자들이 격리포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기관은 국내에 몇 되지 않습니다. 바이오평가센터는 외부 연구자들이 격리포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위해성 평가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연구개발자들은 아무래도 제품 개발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되므로, 위해성 관련 규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이따금 있습니다. 하지만 더 안정적인 기술과 제품 승인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초기부터 위해성평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유리합니다. GMO가 인체 건강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우려하고 있고, 그만큼 규제도 까다롭습니다. 뛰어난 기술로 아무리 우수한 바이오제품을 만들더라도 위해성 문제에 대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못한다면 산업화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GMO에 대해 소비자, 국민들의 걱정이 상당히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걱정이 줄어들기 전에는 평가는 까다롭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점을 항상 상기하여 초기 연구 과정부터 철저한 준비를 하시길 권장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가장 알리거나 당부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껏 없었던 새로움을 구현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생명공학 산업의 기본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지금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직 국민에게 생명공학은 낯설고 때로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국민의 걱정을 줄이기 위한 연구자들과 바이오평가센터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 기술과 제품이 인류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고 또 더 나은 안전을 확보하는데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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