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의 현재 기술과 미래 전망 (1)
지속가능한 세포농업으로 진화중인 인류의 미래 식품 소재
글 | 조철훈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에너지와 영양소가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고 몸을 움직여 일을 하거나 또는 신체조직을 성장, 유지 및 보수하기 위해서 에너지와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기는 다른 식품소재에 비해 필수아미노산, 필수지방산과 철분, 아연 등의 무기질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고 또 비타민의 함량도 높아 영양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식품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진화에 따른 인체 생리나 해부학적, 영양생화학적 분석의 결과를 보면 육식이 아니면 진화단계에서 인류는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영양학적 개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도 육류를 함께 섭취하거나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렇듯 고기는 인류가 가장 오랜 기간 섭취해온 가장 자연스럽고 귀한 식재료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고기 요구량은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증가하게 된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러나라의 경제발전으로 인해 고기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이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UN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5년 고기 생산량(259백만톤) 대비 2050년에는 약 176%로 늘어난 455백만톤이 요구된다고 하였다(그림 1). 단순히 보면 가장 증가량이 높은 닭고기는 현재보다 약 2.2배의 생산량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만일 이 예측대로 진행될 것을 가정하면 증가하는 고기 수요에 따른 식량안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코로나 상황을 거치면서 각 나라의 식량안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림 1 세계 고기별 수요 예측(출처 : UN FAO: ESA Working Paper No. 12-3)
2차 세계대전 이후 축산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는 역사에서 그 어느 때 보다 풍부하게 귀하고 구하기 어려웠던 고기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직접 볼 기회가 적어지고, 주변에 볼 수 있는 동물들은 주로 반려동물들이어서, 가축 사육시설이나 도축현장을 볼 때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분들도 있게 된다. 따라서, 증가되는 고기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전통 축산이 가지는 불가피한 한계를 극복할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면서 더 지속가능한 방법이 요구되었다. 이렇게 출현한 것이 '대체식품'으로 현재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식물성 기반 대체식품, 식용곤충, 미생물 기반 대체식품, 그리고 세포를 배양하여 고기를 생산하는 배양육 등이 있다.
일반 육류와 비교할 때 대체식품류들은 지속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는 자원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비교적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1). 식용에 대한 안전성 측면을 보게 되면 식물성 대체식품은 이미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식물성 단백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원료나 첨가제가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식용곤충의 경우는 현재 검증을 진행하고 안전성이 입증이 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으로 허가를 내주고 있다. 반면 배양육의 경우 아직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지 않았고 또 생산공정도 표준화되지 않았기에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량생산 가능성이나 가격으로 본 시장적용 가능성을 보게 되면 식물성 대체식품의 가격은 식육에 비해 낮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배양육은 현재 기술개발이 진행 중에 있고 일정량의 배양육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을 고려한 가격도 여전히 높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가 생산단가를 빠르게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은 학술적으로, 또 관련 업계의 발표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배양육은 이렇게 안전성 검증이나 가격 면에서 현재 상태로는 가장 시장에서 멀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기존 육류와 비교할 때 다른 대체식품에 비해 유사도가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배양육은 실제 가축의 세포를 키워 만든 실제 동물의 근육이기 때문이다.
배양육은 동물에서 채취한 근육줄기세포를 증식, 분화하여 근육을 생산하는 대체식품의 일종이다. 배양육은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 기반 대체식품으로 현재 배양육(cultured meat), 세포배양식품(cell-based food), cultivated meat 등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세포배양식품으로 명명하고 있다.
식물성 기반 대체식품이나 식용곤충, 그리고 배양육 등 대체식품에 관한 소비자의 요구와 관심은 대규모 투자로 이어져 왔다. 특히 다국적 축산기업인 Tyson Food, Cargill, PHW 그룹 등이 대체식품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래 육류가격 급등으로 인해 식물성 대체식품과 함께 배양육이 단백질 시장에서 하나의 공급원으로 예상이 되고 있으며, 2050년이 되면 배양육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배양육 생산기술 개발에 선도적인 회사에는 우선 네덜란드의 모사미트(Mosa Meat)를 말할 수 있다. 모사미트는 2013년에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하여 식육을 만들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 준 포스트 박사(Dr. Mark Post)가 창업한 회사이다. 미국에는 업사이트 푸드(Upside Food)가 2016년에 세포배양으로 만든 미트볼, 2017년에 닭과 오리 배양육을 선보인 바 있다. 또 저스트(Just)의 경우 2020년 12월 싱가포르 식품청에서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 허가를 취득하고 판매에 성공하였다. 이스라엘의 알레프팜(Aleph Farm)은 소고기 스테이크를 식물성 단백질과 함께 조합하여 제조했고, 일본에서는 입체적인 배양육 생산의 컨셉을 제공하고 푸아그라 제조에 성공한 회사가 보도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연구기업들이 창업하여 세계와 경쟁하고 있으며, 식품 대기업들도 모두 이에 대한 투자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배양육 시제품을 발표한 국내 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셀미트, 씨위드, 다나그린, 스페이스에프, 심플미트, 티센바이오팜, 팡세 등의 회사가 있으며 아직은 세계 선도 기업들과 비교해서는 규모나 기술적 측면, 그리고 투자금액에서 다소 부족한 면이 있으나, 배양육 생산 과정에서의 필수적인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그림 2).
그림 2 배양육으로 만든 가공육 시제품, ㈜스페이스에프 제공
제조비용 측면에서 본다면 2013년 포스트박사 연구팀에서 소 배양육 패티 한 장을 만드는데 2년의 기간 동안 약 30만 달러 이상(우리 돈으로 약 3억9천만원)이 소요되었다. 그것이 2017년에 같은 연구팀의 회사(모사미트)에서 기간은 6개월로, 가격은 12달러(약 16,000원)로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2020년 싱가폴에서 실제 배양육이 시판되었고, 2021년 4월 부터는 집으로 배달서비스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2021년 6월에는 이스라엘 퓨처미트테크놀로지스는 하루에 500kg의 배양육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계 최초로 설립하여 가동한다고 발표했다(https://m.hani.co.kr/arti/science/future/1001125.html#cb 기사 참조). 게다가, 2023년에는 미국에서도 두 회사에서 미국식품의약국(FDA)와 농무성(USDA)에서 허가를 받고 현재 시장에 출시되어 소비자가 맛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이스라엘도 배양 쇠고기 판매를 허가하였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기술발전에 발맞추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배양육 생산 및 안전관리 방안에 대해 수 년간 준비하여 올해 2월 세포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식품으로 사용하려는 원료를 포함하도록 규정을 개선하여, 곧 우리나라도 배양육이 시판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즉, 배양육을 시장에서 보는 것이 드라마에서나 보던 미래가 아니라 곧 일어날 현실임을 알 수 있다.
그럼, 배양육은 어떻게 생산하는 것일까?
제조기술을 설명하기에 앞서 줄기세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줄기세포를 정의하면 자기와 똑같은 세포로 자가증식할 수 있고 어떤 특정한 시기나 환경에서 특별한 세포나 조직(뼈, 심장, 근육 등)으로 분화가 가능한 세포를 말한다. 줄기세포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배아줄기세포처럼 어떤 세포나 조직으로도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부터 오로지 한 세포나 조직으로만 분화할 수 있는 세포(근육줄기세포는 여기에 포함)도 있다.
배양육 생산과정을 간단히 말하면 가축의 근육으로부터 근육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배양액을 영양분으로 배양하여 그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식시킨 후, 일정한 조건에서 근육으로 분화시킨 다음 일정기간 성장시킨 후 회수하여 이를 원료로 가공하여 식육과 유사한 식품으로 만들게 된다(그림 3).
그림 3 배양육 생산 방법 예시(출처 : Choi et al., 2020)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체외에서 근육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만능성인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다른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하지 않게 잘 유도해서 근육까지 도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유도분화)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이미 다른 세포로 분화된 것을 유전자 변형을 통해 근육으로 다시 분화(교차분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근육으로밖에 갈 수 없는 근육줄기세포를 분리해서 그 수를 불린 다음 근육으로 분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나 연구에서 쓰이는 방법은 GMO 논란이 전혀 없는 마지막 방법이다. 이 세 가지 방법을 비교해 보면 유도분화의 경우 만능성 줄기세포는 증식능력과 분화능력이 거의 무한정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방법만 제대로 구축된다면 가장 경제적이고 동물의 희생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표 2).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간에 다른 세포들의 혼입이 있을 수 있고, 근육으로 유도하는데 필요한 여러 물질들이나 환경조건이 복잡하다. 교차분화의 경우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GMO로 소비자의 우려를 낳을 수 있어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대부분의 회사에서 쓰고 있는 방법인 근육줄기세포의 배양은 세포의 증식 및 분화능력이 외부에서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근육줄기세포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가축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근육을 채취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배양육을 산업화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기술적 문제들
전체 배양육 생산공정으로 볼 때 아직 많이 남아있다. 세포 수준에서는 배양육을 만드는데 가장 효율적이면서 균일한 근육을 만들 수 있는 근육줄기세포를 찾고 또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근육으로부터 어떻게 분리할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세포의 먹이로 볼 수 있는 배양액은 배양액 생산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부분으로 어떻게 하면 단가를 절감하고 근육줄기세포를 잘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특히 세포를 배양할 때 여러 가지 성장인자들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포를 배양하는데 필수적으로 써 왔던 소태아혈청(fetal bovine serum; FBS)은 1) 채취하는데 비윤리적이고 2)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여 공정관리가 힘들고, 3) 가격이 매우 높아 필수적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들은 혈청을 쓰지 않고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량배양에서는 배양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과 효율적인 공정들이 하나하나 개발되어야 한다. 세포가 생착해서 성장하는 지지체의 경우 먹을 수 있는 가식성, 세포가 잘 부착할 수 있는 세포부착능, 부착 후 세포의 생장능 등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낮고, 비동물성 소재들을 찾고 있다. 마지막으로 식육과 유사하게 조직감과 풍미를 만드는 공정이 있는데 이 부분은 지금까지 세포배양으로 만들어진 근육이 많지 않아 거의 연구가 되지 못했던 것으로 배양육이 양산되기 시작하면 앞으로 가장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의 기술개발이 배양육 산업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 중 어떤 세포를 쓰느냐가 작물을 재배할 때 씨와 같은 존재로 가장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 외에 제도적,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도 있다. 먼저 식품으로서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중요한 내용이다. 정확하고 꼼꼼한 안전성 평가 후 식품으로 허가된다면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관리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식품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지, 어떻게 표시할 것인지 등등 수많은 부분에서 사회적 합의와 현명한 결정도 필요하다. 이러한 합의에는 기존 생산자(축산업 관련), 소비자, 관계 기관,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하여 상생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배양육 산업을 결정지을 가장 큰 열쇠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진화해 왔다.
예를 들면 말이나 마차를 타던 교통수단을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를 개발하였고, 지금은 자율주행 전기 자동차로 진화하고 있다. 계산을 빠르게 하기위해 개발된 컴퓨터는 데스크탑, 노트북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진화는 우리를 다시 과거로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고기를 얻는 방법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를 확대하면 우리에게 필수적인 의식주 소재를 생산하는 농업이 세포농업으로 전환되는 거대한 흐름을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개봉된 “지배종”이라는 드라마에서 바로 배양육뿐만 아니라 가죽 등 다양한 소재를 세포배양으로 얻는 사회를 보여주어 세포농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였다.
우리가 원시시대부터 섭취해 왔던 귀한 식재료인 고기와 이를 생산하는 축산업의 사회적 공헌은 절대적으로 지지받아야 한다. 또한, 축산을 통해 인간이 활용하지 못하는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폐기 비용이나 환경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음도 인지하여야 한다. 다만, 고기가 인간이 너무 좋아하는 식재료라서 크게 증가하는 수요를 지금 현재의 생산방식 만으로 공급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 출현하고 있는 식물성 기반 대체식품, 미생물을 활용한 대체 단백질, 식용곤충, 그리고 앞으로 기술개발이 완료되어 시장에 나올 배양육이 그림 4와 같이 고기 요구량의 급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식량안보나 지속가능성에서의 다양한 문제들을 상호보완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림 4 기술발전으로 예측되는 미래 고기 공급의 상호보완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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