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화이트바이오 화장품 개발 기술 동향
글 | 한지유 (협성대학교 의생명화학과 교수)
1. 서론
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기술(biotechnology, BT)을 기반으로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하여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술 분야로 생명체 자체 또는 생물 유램질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인해 생명공학기술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어 산업에 적용되었다. 화이트바이오 기술(white-bio, white biotechnology)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기존의 화학물질들을 대체하는 물질들로 생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특히 화장품 산업에서 화이트바이오 기술은 천연 원료를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가 탄생하기까지의 과학기술 배경을 살펴보면 엘로우(푸드) 바이오공학 제품, 브라운 바이오공학(생물학적 치료), 블루(해양) 바이오공학, 레이(의약품) 바이오공학, 그린(식물) 바이오공학으로 기술들이 개발되어 오고 있다(그림 1).
화이트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 개발은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생물학적 합성 기술을 통해 화학물질을 최소화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을 선보이는 기술들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바이오기술은 레드(red)와 그린(green) 바이오
각 색이 나타내는 상징에 따라 바이오공학 기술을 구별짓게 되었다(그림 2). 혈액을 상징하는 레드바이오는 생명공학 기술이 의약학 분야에 응용된 산업으로 관련 분야로는 바이오유전자 및 줄기세포 치료제, 단백질 치료제, 실시간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테라노스틱(theranostics) 등 좁은 의미에서의 의약품, 인공장기, 바이오 의료기기, 바이오서비스(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CRO)로 바이오 진단 및 분석 기술이다. 보다 넓은 의미로는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한 개인 맞춤형 질병 예방과 치료로 건강한 수명 연장과 삶의 질을 구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2 레드바이오, 그린바이오, 화이트 바이오의 정의 및 관련분야
화이트바이오가 이야기 하는 ‘지속 가능한 기술’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세대가 필요한 것들을 충족하는 기술 개발을 의미한다(그림 3). 대표적인 예가 1992년 유엔환경개발 회의에서 채택된 ‘리우환경선언문’에 지속 가능성에 기초한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과 통합,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한 관련 기술이라고 명명했다. 특히 석유를 기반으로 했던 기존의 산업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전세계 국가들의 노력을 약속한 2021년 ‘기후변화 협약(파리협정)’이 화이트바이오의 필요성과 의미에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3 지속가능한 기술
2. 본론
기존의 화장품의 원료는 석유를 기반으로 얻어지는 합성수지를 기본으로 해서 보습제, 재형제, 향신 성분 등이 조합되어서 최종 화장품이 만들어진다(그림 4). 화장품을 만들 때 크게 세가지의 공정이 적용이 되는데 가용화, 유화, 분산공정이다.
그림4 석유화학 산업 기반의 화장품 원료와 화이트바이오 산업 기반의 천연 화장품 원료
Ⅰ. 화장품의 주요 제조 공정과 계면활성제
일반적으로 다양한 화장품의 재료들이 서로 잘 섞이지 않거나 용매에 녹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용화’ 공정이 필요하다. 가용화 공정을 쉽게 설명하면 계면활성제가 수용성 성분 위로 배열이 되다가 표면에서 계면활성제가 포화 농도 이상이 되면 미셀(micelle)이라는 작은 방울 모양을 형성하게 된다. 이때 계면활성제의 소수성 부분이 구체의 안쪽으로 놓이고, 친수성 부분이 미셀 구형의 외부를 향해 위치하게 된다. 이 미셀 구체 안의 공간에 불수용성의 화장품 성분들이 매우 작게 들어가게 되면서 위치하게 되면서 물에 녹지 않는 화장품 성분들의 용해도가 높아져 물의 색이 투명하게 변화면서 녹이게 된다. 가용화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유화 공정’은 다량의 지용성 화장품 성분을 물에 장기간 변질없이 균일하게 혼합하는 공정을 유화 공정이라고 한다. 화장품의 성분에 지용성은 피부를 구성하는 조직 세포들의 인지질이중층으로 된 세포막을 투과하는데 매우 용이하다. 효과적으로 피부에 흡수되는 화장품으로써의 역할을 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유화 공정이 필요하고 계면활성제와 같은 유화제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유화 공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수용성과 지용성이 분산되어 나누어진 형태를 O/W라고 하고, 반대인 경우를 ‘W/O 에멀전’이라고 한다. 화장품에서 보습력은 매우 중요한 기능인데 W/O 에멀전에 다시 수용성의 물을 유화 시키면 W/O/W 에멀전이 형성되는데 이 형태가 제일 효과적인 보습력을 가지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형태를 보다 지속적으로 1개월이상 6개월까지, 다양한 온도와 습도 상태에서 안정화 시키는 것이 중요한 유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유화 후에 W/O/W 에멀전 혼합물을 천천히 냉각시키면서 점성이 높은 유화 제품이 만들어지고, 신속하게 냉각이 되면 점성이 낮은 유화 제품이 된다.
세 번째로 화장품 제조에서 ‘분산 공정’은 계면활성제를 넣어 주면서 밀도가 높은 화장품의 성분을 물과 잘 섞어서 용매 속에서 잘 섞여져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렇듯이 석유에서 얻어지는 계면활성제는 화장품의 모든 가용화, 유화, 분산 공정에 용해도가 다른 다양한 성분들을 화장품의 재형으로 가공하는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Ⅱ. 화이트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천연 계면활성제의 개발
최근 친환경 화장품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소재 특히 식물, 미생물을 기반으로 하는 소재, 기능성 성분 특히 계면활성제의 개발이 화이트바이오 기술과 접목되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 5와 같이 화장품 뿐만 아니라 그 사용 용도가 다양한 생물 기반의 천연 계면활성제의 잠재적 시장의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K-뷰티 바람을 타고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이러한 천연 계면활성제의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림5 천연계면활성제 시장, 출처:Marketsandmarkets, Surfactants, 2016
계면활성제의 종류는 전하에 따라 비이온, 양이온, 음이온, 양쪽성 계면활성제로 구분되며 아래 표와 같이 다양한 화장품의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 기술에서 주목 받고 있는 천연 계면활성제는 카제인, 라놀린 등 동물에서 유래한 성분들이 있고, 사포닌, 레시틴, 분리 대두 단백, 코코 베타인, 쟁탄검 등 식물에서 유래한 성분들이 있다. 천연 계면활성제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물질로, 화학적인 합성 과정이 아닌 천연물질 자체 혹은 발효 등의 친화적인 과정으로 얻어진다. 석유에서 산화에틸렌을 이용하여 얻어진 계면활성제처럼 세정력이나 발림성과 유사하거나 발림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천연 계면활성제 중에서 레시틴은 인지질의 한 종류로, 인체의 인지질 성분과 비슷하여 인체에 무해하며, 부드러운 사용감으로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글리콜리피드(glycolipid)는 당인지질 성분의 저분자량 계면활성제인데 탄수화물 및 산업 폐기물을 이용하여 생산이 가능하다. 2021년부터 살균, 효소 활성과 억제 역할, 보습, 접착방지 기능을 가지고 있어 화이트바이오 화장품 분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생물 계면활성제이다. 람노리피드 녹농균에서 생성되는 글리콜리피드 천연 계면활성제은 비독성, 높은 생분해성, 낮은 표면 장력을 가지고 있고, 바실러스 서브틸리스에서 불포화 지방 사슬에 연결된 락톤인-7-아미노 부식성 고리 구조의 계면활성제는 살균과 세정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당지질의 일종인 람노리피드는 그 구조가 pH에 따라서 변하면서 기능도 달라지게 되는데 친수성의 부분과 지방산의 친지용성 부분으로 그림 6번과 같이 가변성이 있다.
또한 화장품 개발에서 용매가 중요한데 오른쪽 6종이 현재 보고되어 있는 천연 혹은 천연물 유래 화장품 제조 용매들이다.
· Carbon dioxide (supercritical CO2)
· Ethanol (alcohol) of plant origin
· Fats and oils of plant origin
· Glycerine derived from fats or oils of plant origin
· Natural deep eutectic solvent (NDES)
· Water
1. 규정을 준수하는 변성제(NATRUE 라벨 기준에 따른 천연 또는 천연 유래 물질)를 사용하여 변성된 천연 에탄올만 허용됩니다.
2. 개별 NDES의 모든 성분이 ‘천연’ 또는 ‘천연 유래’ 물질에 대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Ⅲ. 화이트바이오 기술과 접목된 화장품 성분 개발 사례
또한 다양한 식물 자원 유래 천연 화장품 주요 기능성 성분들이 개발 되고 있는데 약 619종의 천연 화장품 원료 성분들이 보고 되어 있고, 약 69종의 천연 및 유기농 화장품 원료로 승인된 무기 색소와 미네랄 성분들이 있다. 또한 약 12종의 천연 및 유기농 화장품 원료로 승인된 방부제 성분들이 보고 되어 있다. 아래의 표는 안티에이징 식물유래 천연 성분들과 주요 추출 공정과 세부 기능들이다.
천연 생물(미생물, 동물, 식물 등) 및 발효종 이외에도 인체 유래 줄기세포를 배양하면서 이들 세포들이 분비하는 성분들이나 이들 세포들에서 추출한 성분들을 그림 7과 같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들을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한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대표적으로 선정된 세포 기질 단백질 성분으로 화장품의 기능성 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이브로넥틴, 프로콜라겐, 라미닌 등이 있다. 또한 성장인자로는 epidermal growth factor; EGF, melanin(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SDF-1 등도 이미 상용화 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화장품 기능성분들이다. 이렇둣이 다양한 천연 생물 자원을 이용한 새로운 기능성 성분을 찾아 화장품에 첨가하는 화장품들이 개발 되고 있다. 2023년 기준, 23종의 인체유래 줄기세포 혹은 세포 배양액 첨가 화장품이 개발되어 있다고 보고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개인 맞춤형 화장품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간략하게 설명하면 개인의 피부세포를 통해 얻어진 유도만능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얻어진 세포의 기질(extracellular matirx, ECM)을 이용하거나 엑소좀(세포가 생산한 다양한 재생인자, 단백질을 포함한 미세구조) 추출을 통한 화장품 성분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3. 결론
화이트바이오 기술을 사용하여 미생물, 식물, 해양 자원 등을 활용한 천연 성분을 추출하고, 이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접근법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효소나 미생물을 이용하여 피부에 유익한 성분을 생성하거나, 천연 추출물에서 얻은 보습, 진정, 항산화 성분이 많이 활용된다. 또한 지속 가능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친환경적 생산 방식을 강조하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증가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 기술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 자원 절약,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적 합성 대신 생물학적 합성 방식을 채택하여, 유해한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효소 기반 화장품 개발로 효소를 이용한 분해 및 합성 기술을 통해, 피부에 필요한 활성 성분을 선택적으로 생성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피부에 자극을 최소화하면서도 고효능의 보습 성분이나 미백 성분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화이트바이오 기반의 화장품 개발에서 미생물 발효 기술은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 기술은 유효 성분을 생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미생물에서 추출한 발효 제품은 피부 진정, 항염증, 항균 등의 효능을 제공할 수 있어, 최근 화장품에서 매우 중요한 원료로 자리잡고 있다.
천연 화장품 원료 성분 개발 이외에도 지속 가능한 포장과 생산 공정이 화이트바이오 기술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화장품의 포장 및 생산 공정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혁신적인 접근들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을 사용하거나,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 기술 기반의 화장품 개발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개인 맞춤형 화장품들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화이트바이오 기술에 속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 피부와 건강 맞춤형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인허가의 과정에서 해결해 나가야 되는 안전성 확보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개인의 피부 상태에 맞춘 효능 성분을 미생물 발효나 효소 공정을 통해 정확히 추출하고, 이를 개인 맞춤형 제품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 개발은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생물학적 합성 기술을 통해 화학물질을 최소화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을 선보이는 기술들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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