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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약한 감자, 원인을 알면 해결도 가능하다.


 이효준 부교수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기후변화로 인한 감자의 수확량 감소 문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202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농작물 피해 규모는 연간 약 291조 5,000억 원에 이른다. 2024년 미국에서는 전년도 대비 감자 생산량이 약 5% 감소했고, 유럽 전체 감자 생산량 역시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 당시 70만 톤에 이르던 감자 생산량이 2020년에 들어 55만 톤으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감자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랭지 지역에서 감자 생산량이 2025년에도 전년 대비 10%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감자가 더위에 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감자는 남미의 안데스 지방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날씨가 더운 적도 근처의 지역에서는 높은 온도 때문에 감자를 생산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도 서늘한 고랭지 지역에서 감자를 주로 재배해 왔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계속 올라가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5℃에서 1℃ 오를 때마다 생산량이 5%씩 감소하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감자를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은 더 줄어들고 생산량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으로서 감자의 중요성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의 발표자료에서는 감자를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식량작물로 선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감자가 남미에서 발견되어 유럽 등 전 세계에 도입된 이후 감자는 식량으로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다소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빠르게 성장하여 1년에 두 번 수확이 가능하다. 또한,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벼에 비해 적기 때문에 기근이나 가뭄 환경에서 주요 식량의 역할을 했다. 특히, 감자가 지하부에서 형성된다는 것이 매우 중요했는데, 전쟁 등이 발생했을 때 지상의 식물들이 모두 죽더라도 지하에 남아있는 감자는 온전히 보존되는 경우가 많아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감자가 식량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또 다른 이유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감자는 전분이나 탄수화물이 풍부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식이섬유나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다. 결정적으로 감자에는 비타민B나 C가 풍부하여 기근이 발생했을 때 감자만 먹어도 생존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영양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실제로 아일랜드 등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는 오로지 감자만 먹고 삶을 이어온 사례가 있다.

현재에도 감자는 세계 4대 식량작물로서 재배되고 있으며 전 세계 2/3 인구가 감자를 주식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서는 더욱 높은 비율로 감자를 소비하고 있다. 감자는 초기에 서양에서 주로 재배되었지만 점차 동쪽으로 넘어와 현재는 아시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자를 생산하는 지역이 되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감자가 4대 곡물에서 차지하는 생산 비율이 1961년 6.8%에서 2019년 10.3%로 증가할 만큼 핵심적인 생산작물이 되었다. 이로 인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감자 재배로 인해 빈곤률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이는 감자의 경제적 기여도가 특히 아시아에서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자는 왜 더위에 약할까

사실 감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다. 가뭄, 추위, 척박한 토양에서도 재배가 쉬운 편이며 이는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비료, 물이 필요한 밀, 벼, 옥수수와 차별되는 특성이다. 이 때문에 감자는 이들 주요 작물과 경작 지역이 겹치지 않게 되는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유독 더위에는 약한 특성을 보인다. 다른 환경변화에는 강하면서 왜 더위에는 약할까? 이 사실은 감자를 재배하는 농부들 사이에서는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그 원인을 알지는 못했다. 따라서 최대한 다양한 품종을 육종을 통해 만든 뒤에 우연히 더위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를 골라 “더위에 강한 품종”으로 선정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이렇게 우연에 기댄 방식을 활용하다 보니 품종개량이 어려웠다. 특히 교배육종은 서로 교배하는 부모세대 중 하나는 적어도 더위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감자 품종이 죄다 더위에 약하니 교배를 해도 크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실마리가 생겼다. 이제는 생명체 내에 DNA가 있고, 여기에 식물의 성장과 발달 등 모든 생명활동에 대한 설계도가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생명체는 가지고 있는 긴 DNA 서열 중에 특정 부분을 읽어 단백질을 만들어 내며, 이 특정 부분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실제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것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우리는 유전자를 통해 생명현상을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감자가 더위에 약한 이유도 유전자를 통해 알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 이다. 하지만 이걸 알기 이전에 애초에 감자에서 우리가 먹는 부분인 “괴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감자에서 괴경은 일종의 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괴경과 꽃은 모양이나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는 꽃을 만드는 신호가 괴경도 만들기 때문이다. 꽃을 만드는 신호는 FT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단백질이다. 이 FT 단백질은 감자가 어린 시절에는 그 양이 매우 적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점차 양이 많아진다. 잎에서 만들어지는 FT 단백질은 양이 많아지면 줄기를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 때 어떤 FT는 위로 가서 꽃을 만들게 되고 또 어떤 FT는 아래로 이동해서 괴경을 만들게 된다. 같은 FT 단백질이지만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FT가 만들어질 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서늘하고 낮의 길이가 짧을 때는 FT가 성장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많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꽃이나 괴경도 더 잘 형성되게 된다. 하지만 온도가 높거나 낮의 길이가 길면 성장은 잘 하지만 FT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꽃도, 괴경도 잘 형성되지 않는다. 문제는 낮의 길이보다 온도가 FT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낮의 길이가 짧아도 온도가 높으면 FT가 아주 더딘 속도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봄에 감자를 심었다고 생각해 보자. 2월 말-3월에 심으면 6-7월에 수확을 하는데 만약 온도가 높다면 수확 시점에 괴경이 적다. 그렇다고 더 키울 수도 없는게, 8-9월에는 온도가 더 높아져서 식물도 시들고 괴경은 더 생기지 않는다. 결국 식물이 성장을 마치고 시들 때까지 키워도 괴경은 상당히 적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자는 왜 FT를 적게 만들까? 이것은 감자의 생존 전략이라고 해석된다. 괴경을 만드는 것은 감자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다. 본인이 열심히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 낸 자원을 사용해서 계속 성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차곡차곡 저장해서 더 좋은 환경을 기다릴지 결정해야 한다. 진화 과정에서 감자는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큰 추위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추워지면 냉해를 입고, 그러면 괜히 자원을 잎이나 줄기에 두었다가 세포가 죽어 자원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니 서늘해지면 성장을 포기하고 괴경에 자원을 모두 쌓아서 추위가 지나기를 기다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감자의 진화 과정에서 더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온도가 올라가면 저장보다는 성장을 하는게 유리했고, 그래서 괴경을 만들지 않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감자는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고, 감자의 이러한 생존 전략이 지구 온난화 시기에 인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게 되었다.

감자가 더위를 이겨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전자 연구를 통해 FT 단백질이 괴경을 만드는 중요한 신호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FT 단백질의 양이 적은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단순히 FT 단백질의 양을 높여주면 될 수 있다. 감자 식물 내부에는 FT 단백질의 양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회피해서 FT 단백질을 높게 유지시키면 감자는 아무리 더워도 괴경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이 방법을 실행에 옮겼다. 기존의 교배육종방식이 아닌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여 잘 설계된 FT 유전자를 식물체에 도입하면 고온에서도 양이 줄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품종은 온도가 높아져도 FT 단백질의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 실제로 고온에서 키워본 결과 괴경의 개수가 일반 품종에 비해 상당히 회복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고온 저항 감자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FT 단백질의 양을 높여도 괴경의 개수만 높아질 뿐이지 수확량이 크게 회복되지는 않았다. FT 단백질이 괴경 발달에 중요한 신호인 것은 맞지만, FT 단백질 단 하나만 높인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또 어떤 요인이 있을까? 과학자들은 당(sugar)의 이동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당 역시 광합성을 통해 잎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괴경이 형성될 때 괴경으로 이동한 다음 전분으로 바뀌어 저장된다. 재미있는 것은 괴경의 영양성분이라고 생각했던 당이 사실은 괴경을 유도하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FT 단백질의 양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당의 흐름이 억제되는 경우 괴경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만들어지더라도 성장에 문제가 생겨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다. 식물 세포가 당과 FT 단백질이 함께 존재해야 비로소 괴경을 발달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막상 괴경을 발달시켜도 안을 채울 당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잎에서 만들어진 당이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하부로 이동할 수 있게 개량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자 개량 전략과 미래상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감자 품종을 개발한 전통육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에 알맞게 대처하기가 어렵고, 감자 품종들이 대부분 고온에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교배를 통해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 앞으로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밝힌 유전자와 유전자에서 비롯한 신호전달 등의 지식을 이용하여 감자를 보다 스마트하게 개량하게 될 것이다. 단순하게는 괴경을 잘 만드는 신호 유전자를 식물체 내에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형질전환 방법이라고 불리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감자는 외래 DNA를 가지고 있어 GMO로 분류된다. GMO라고 할지라도 도입된 신호가 본래 감자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기존 제초제 저항성 GMO 등 이종 유전자를 도입한 것에 비해 상당히 안전하다. 또 다른 방법은 유전자편집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전자편집으로 만든 감자는 외래 DNA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감자 내 DNA의 일부가 교정되어 서열이 바뀐 것이다. GEO는 외래 DNA가 없어 알러지 문제에서 자유롭고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DNA 변이 수준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더 적은 변이를 유도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오히려 현재 전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교배육종이나 방사선육종보다도 훨씬 적은 DNA변이를 일으킨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유전자편집기술을 가지고 있고, 또한 교정 대상 유전자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유전자편집과 같은 안전한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훨씬 다양한 품종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감자 연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기후변화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이제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온이 높아져도 안정적으로 감자를 생산할 수 있다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풍족한 식량의 안락함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